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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핀란드교육 휘바

Posted December. 09, 2004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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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모르는 아이들도 아는 핀란드 단어가 있다. 휘바. 껌 CF에서 잘 했어요란 뜻으로 나오는 핀란드 말이다. 하도 짝퉁(모방제품)이 많이 나와 얼마 전 껌 이름으로 승격했다던가. 요사이 핀란드가 유명해진 게 또 있다. 41개국 15세 학생 학업성취도 조사에서 한국보다 유일하게 앞선 나라가 핀란드라는 거다. 국가경쟁력 지수에선 맥없이 29위에 주저앉은 우리와 달리 핀란드는 2001년부터 올해까지 1등을 차지하고 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정하는 부패지수에서도 2000년부터 연속으로 가장 부패 없는 나라로 꼽혔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비결은 바로 교육이라고 타르야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은 지난해 국제노동기구(ILO) 이사회에서 연설했다. 말로만, 입시제도로만 교육이 잘되는 게 아니다. 돈이 들어가야 한다. 툴라 아파이넨 교육장관은 학업성취도 조사 직후 BBC와의 인터뷰에서 인구 500만의 작은 나라가 기술로 먹고살려면 고등교육에 투자해야만 한다고 했다. 교육비가 공공지출 총액의 14%, 국민총생산(GNP)의 7.2%나 차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중앙정부가 간섭을 하는 것도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청년실업이 30%까지 치솟은 경제위기 때 핀란드는 대대적인 교육개혁을 단행했다. 지방자치단체와 각급 학교, 교사의 자율권을 크게 늘리는 개혁이다. 7세부터 16세까지 한 학교에서 공부하는 이 나라에선 엄격한 시험이 없다. 교사의 관찰이 가장 정확하기 때문이다. 석사 이상의 학위를 지닌 교사들은 봉급은 많지 않아도 자부심으로 살며 존경받는다. 수도 헬싱키나 시골이나 학교 수준은 거의 같다.

중요한 건 의무교육 이후다. 능력에 따라 30% 정도가 일반 고교 아닌 직업 고교를 가지만 유연성이 있어 나중에 석박사를 따는 것이 가능하다. 그래서 젊은 인력의 83%가 직업기술대학을 포함해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자다. 대학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과 기술력을 철저하게 길러 낸다. 첨단정보과학기술을 이끄는 국가경쟁력은 여기서 나온다. 우리는 언제까지 평준화만 고집하며 대입 따로, 취업 따로, 경쟁력 따로 살아갈 텐가.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