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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정거래법 원점에서 재검토하라

Posted December. 04, 2004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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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 통과시키려 했으나 정족수 미달로 실패했다. 법안을 조금이라도 손질해 달라는 경제계의 호소를 외면한 다수당의 밀어붙이기가 불발에 그친 것은 다행이다. 법안이 일방적으로 통과됐더라면 대화정치 복원과 경제 회복이 더 멀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여당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이런 이유에서다. 첫째, 금융계열사 의결권을 축소하면 외국자본의 증시 지배로 가뜩이나 불안한 우리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삼성전자마저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위기를 맞을 우려가 있다.

둘째, 출자총액제한제도는 대기업 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다. 이 제도가 궁극적으로 없어져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정부도 동의한다. 그런데도 개정안은 폐지 시기를 명시하지 않고 있다. 이러니 정부 여당이 규제 완화를 말로 아무리 강조해도 믿기 어렵다.

셋째, 공정거래위원회의 계좌추적권은 금융실명제 입법 취지와 상충돼 1999년 첫 도입 당시부터 한시적으로 부여됐으며 이미 제 할 일을 다 했다. 부당내부거래를 적발하고 시정할 다른 수단은 얼마든지 있다. 딴 의도가 없다면 계좌추적권을 두 번이나 연장할 이유가 없다. 공정위는 그럴듯한 명분을 들이대지만 사실은 기업 위에 군림할 행정 업권()의 강화를 위해 이 법의 개정을 무리하게 추진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에 대해 경제가 망해야 당이 산다는 철학과 소신을 가진 당이라고 주장했으나 오히려 열린우리당이 그런 당은 아닌지 자성해 볼 일이다. 정부가 내놓은 민간복합도시개발특별법도 기업들의 투자를 끌어들이지 못할 기업도시법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이런 마당에 여당이 그나마 있는 투자유인책마저 없애버리면 어떤 기업이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만들겠는가. 정부 여당이야말로 개혁의 이름으로 경제를 망치치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