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상황이 심각하다. 1년 전 오늘 미군이 바그다드를 점령할 때보다 사태가 악화돼 제2의 전쟁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적대시하던 시아파와 수니파가 연합해 미군에 대항하는 추세여서 자칫하면 이라크 대() 점령국의 전쟁으로 번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된 것은 일차적으로 미국의 책임이다. 갈수록 격렬해지는 이라크인들의 저항은 힘만으로는 그들을 굴복시키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 준다. 미국은 무력으로 사태를 수습하려 할 것이 아니라 이라크의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잘못부터 반성해야 한다. 적과 친구를 나누는 편 가르기 식 점령정책을 버리고 이라크 국민 전체를 끌어안기 위해 노력하기 바란다.
미국은 유엔과 협력하라는 국제사회의 요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특히 미국의 요청에 따라 이라크에 군대를 보낸 동맹국의 충고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이 독불장군 식 행동을 계속하면 이라크의 평화와 재건보다는 석유 이권에 매달린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어렵다.
3000여명의 장병을 파병할 계획인 우리로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파병 예정지인 이라크 북부가 상대적으로 평온하기는 하지만 언제 불똥이 튈지 모른다. 민주당은 파병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자고 주장하고 시민단체는 파병 철회를 요구하는 등 국내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그러나 이라크 파병은 정부가 결정하고 국회가 동의한 국가적 약속이다. 현지 상황이 악화된다고 번복할 수는 없지 않는가. 주어진 여건에서 파병부대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정부의 할 일이다. 상황 변화에 맞춰 신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현명한 처신이다. 필요하다면 파병 시기는 물론 파병부대의 규모와 편성도 재검토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