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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크리스마스의 주인

Posted December. 24, 2003 23:07,   

서울시내 어느 유명한 교회의 목사가 최근 한 놀이공원에 초대를 받았다고 한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그곳에서 펼쳐지는 각종 성탄 공연과 축하 퍼레이드를 관람해 달라는 거였다. 그러나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과 축제를 지켜본 그의 기분은 우울해졌다. 화려한 춤과 노래, 거대한 트리와 다양한 경품, 서양인이 대거 참여하는 축하 퍼레이드 등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넘쳐났지만 왠지 주인 없는 생일잔치처럼 느껴진 것이다. 특히 행사가 절정에 이른 순간 무대 중심에 아기 예수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했던 그는 산타클로스가 뛰쳐나오는 것을 보고 크게 실망했다. 지난 주일 설교에서 그는 신도들에게 물었다. 여러분 크리스마스의 주인이 산타클로스입니까?

누구한테 물어볼 것도 없이 크리스마스는 2000여년 전 아기 예수가 유대 땅 베들레헴의 한 누추한 마구간에서 태어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하나님의 독생자()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그리스도의 탄신일인 것이다. 크리스마스라는 용어 자체가 그리스도의 미사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크리스마스의 주인은 당연히 산타클로스가 아니라 아기 예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아기 예수 대신 산타클로스와 트리, 질탕한 파티와 값비싼 선물이 크리스마스의 주인 자리를 차지해 버렸다.

성서에는 예수가 정확히 언제 태어났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 목동들이 밤에 들로 나와 양떼를 지키고 있었다는 기록 등 여러 정황에 비추어 볼 때 12월은 아니었던 것 같다. 4세기경 교회가 태양신을 섬기던 로마 이교도들을 정복한 것을 기리기 위해 그들이 섬기던 태양신 미드라의 생일인 12월 25일을 크리스마스로 정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하지만 동방교회는 아직도 1월 6일을 크리스마스로 지키고 있고, 예수를 구주()가 아닌 한 사람의 선지자()로 간주하는 이스라엘에서는 별다른 행사를 갖지 않는다. 주인 없는 잔치에 객()이 더 난리라고 크리스마스 전야인 24일 밤 온갖 파티와 환락이 세상에 가득 찼다. 해마다 술집 노래방 나이트클럽 오락장은 손님들로 넘쳐나고, 러브호텔은 연간 최고의 수익을 올린다고 한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가 아니라 기쁘다 환락 오셨네가 된 격이다. 산부인과 의사들 중에는 크리스마스 베이비 특수를 누리는 이도 있다고 한다. 즐기는 것도 좋지만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 정도는 한번쯤 되새겨보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제대로 된 크리스마스를 보내기에는 오늘 하루도 부족하지 않다.

오 명 철 논설위원 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