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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의 역발상 생산혁신

Posted October. 27, 2003 23:20,   

올 4월 9일 도쿄주식시장의 거래가 마감되자 증시 주변이 잠시 술렁댔다. 전후 반세기 이상 일본의 간판기업으로 군림해 온 소니의 시가총액이 캐논에 밀려 2위로 떨어졌기 때문.

소니의 시가총액이 3조7203억엔까지 떨어진 반면 캐논은 시가총액 3조7451억엔으로 전기기기부문 1위에 올랐다. 일본 언론은 캐논이 소니를 제치고 일본 하이테크업체의 간판으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6년 전인 97년만 해도 캐논의 시가총액은 소니의 5분의 1에 불과했기에 이것은 충격이었다. 이후 캐논의 호조와 소니의 부진이 맞물리면서 시가총액 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일본이 경탄한 캐논의 승승장구=캐논은 작년 1970억엔의 순이익을 낸 데 이어 올해도 2500억엔 이상의 순이익(세후)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1999년 이후 5년 연속 최고기록을 경신하는 셈. 장기불황으로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고전하는 중에 일궈낸 실적이어서 더욱 주목을 끈다.

캐논의 호조는 복사기 스캐너 등 사무기기가 잘 팔린 데다 신제품 디지털카메라가 잇달아 히트를 쳤기 때문. 제품 구색은 단출하지만 컬러복사기, 레이저프린터 부품 등 모든 제품이 이익을 내는 탄탄한 수익구조를 갖췄이다.

역발상의 혁신=캐논은 미타라이 후지오 사장 취임 후 미국식 대량생산의 상징인 컨베이어벨트 조립라인을 공장에서 추방했다. 직원의 업무능력과 상관없이 천편일률적인 작업속도가 유능한 숙련공의 능력 발휘를 방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대신 몇 명이 팀을 짜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고 완성품을 만들어내는 셀(Cell세포) 방식을 도입했다. 단순작업을 되풀이하는 기존 방식보다 지루하지 않아 능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

캐논 관계자는 전 세계 시장의 주문 상황에 맞춰 모델별로 생산량을 조절하는 체계를 갖춰 재고관리와 유통비용을 줄였다고 말했다.

대다수 기업들이 앞 다퉈 중국으로 진출하는 흐름과 다른 길을 걷는 것도 특징. 오히려 중국에서 생산해 온 저가 생산품을 일본에서 만들기 위해 전자동 생산라인을 도입키로 했다. 중국의 인건비가 일본보다 낮지만 전자동으로 생산하면 중국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것. 선진국 소비자들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메이드 인 저팬의 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캐논을 배우자=몇 년 전 닛산자동차의 최고경영자(CEO)인 카를로스 곤 사장이 감원을 통해 파산 직전의 닛산을 살려내자 일본 경제계에서는 서구식 경영만이 살길이라는 흐름이 확산됐다.

이런 풍조에 제동을 건 것이 캐논 모델. 직원을 해고하지 않고도 좋은 실적을 낼 수 있다는 점을 실증해 보이자 경제전문가들은 21세기 일본식 경영모델이 등장했다며 흥분했다.

캐논은 연구개발(R&D) 투자를 매출의 8%까지 끌어올려 지난해 미국 내 특허권 취득건수에서 IBM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미타라이 사장은 장기불황으로 세계 2위 경제대국이라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일본 국민들에게 새로운 영웅으로 떠올랐다.



박원재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