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군사작전에는 항상 그럴듯한 작명()이 따른다. 90년 8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때 미국은 사막의 방패라는 작전명으로 출병했다. 이듬해 1월 걸프전 발발 때 다국적군의 작전명은 사막의 폭풍. 미국은 2001년 아프가니스탄 공격 때에는 무한정의로 작전명을 정했다가 곧 항구적 자유로 바꿨다. 무한정의라는 표현이 이슬람권을 자극할 것을 우려해서였다. 98년 미국의 이라크공습 때에는 사막의 여우,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이 수립한 본토수호 작전은 고귀한 독수리, 작년 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인 알 카에다 잔당 소탕작전은 아나콘다가 작전명이었다.
작전명 짓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본격화됐다.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작전명은 오버로드(대군주)였다. 원래는 라운드해머(둥근 망치)였던 것을 윈스턴 처칠 당시 영국 총리가 이렇게 개명하고는 매우 만족스러워 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 전까지 기밀이었던 작전명이 처음 공개된 것은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625전쟁 때 수립한 킬러 작전이었다. 예전에는 작전명도 군사기밀로 묶여 있었다지만 요즘에는 작전 성격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어휘를 찾기 위해 군 간부들이 머리를 쥐어 짜낸다고 한다.
지난해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작전명의 수명과 이에 대한 여론은 실제 작전의 성패 여부와 관계없이 작명에 크게 좌우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이 꼽은 최고의 작전명은 사막의 폭풍(데저트 스톰)과 99년 알바니아 난민구호 배급활동에 붙인 빛나는 희망(샤이닝 호프). 둘 다 리듬과 운율, 수사학적 표현이 돋보이고 의미도 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작전명만 좋다고 만사 OK는 물론 아니다. 전쟁을 벌이는 명분이 약하면 아무리 좋은 작전명도 설득력을 가질 수 없게 마련이다.
어제 시작된 전쟁의 작전명은 이라크의 자유로 명명됐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압제로부터 이라크인의 자유를 되찾아준다는 의미를 강조하는 작명이란다. 그런가 하면 미군의 전쟁 시나리오에는 충격과 공포라는 겁나는 이름이 붙었다. 개전 초반에 수천발의 정밀유도폭탄을 이라크 군사-통신시설에 퍼부어 이라크군의 전쟁 의지를 분쇄하겠다는 초전박살의 기세가 느껴진다. 작전명만 봐도 이번 전쟁의 결과는 예측이 가능할 것 같다. 후세인 대통령이 결사항전을 외치며 버티는 동안 애꿎게 희생될 국민들만 불쌍하게 보인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평화 기원은 끝내 공허한 메아리로 스러지는가.
송 문 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