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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거포 탄생을 알리다

Posted September. 09, 2002 23:26,   

9일 미국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홈구장인 부시 스타디움은 온통 붉은 색이었다. 한국축구대표팀의 경기가 열릴 때면 스탠드에 붉은 악마들이 넘쳐나듯 부시 스타디움은 카디널스 경기때면 으레 전통색인 붉은 색 옷을 입은 홈팬으로 가득찬다.

메이저리그 첫 한국인 타자 최희섭(23.시카고 컵스)이 미국 프로야구로 진출하기 바로 전해인 98년 카디널스의 마크 맥과이어가 기록적인 70홈런을 때려낸 곳이 바로 이 구장.

이날 이 스타디움에서 최희섭은 메이저리그 첫 선발출전의 기회를 잡았다. 프레드 맥그리프를 대신해 5번 타자겸 1루수로 스타팅 라인업에 들어간 것.

2회 첫 번째 타석이 돌아왔다. 무사 1루. 우측스탠드쪽으로 큼지막한 파울홈런을 쳐내 어깨에 힘이 들어간 탓일까. 최희섭은 2루수 앞으로 가는 병살타로 기회를 무산시켰다. 4회에도 평범한 유격수앞 땅볼.

0-2로 뒤진 7회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세 번째 타석에 서기 전 1루수 라이벌이자 선배인 맥그리프가 한가지 조언을 해줬다. 초구를 무조건 노려쳐라.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카디널스의 선발투수 사이먼터치의 초구가 들어왔다. 148짜리 몸쪽 직구. 먹이감을 노리던 최희섭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아갔고 딱하는 경쾌한 타구음과 함께 볼은 오른쪽 담장으로 쏜살같이 뻗어나갔다. 타구를 잠시 주시하던 최희섭의 얼굴엔 미소가 흘렀다.

132m짜리 대형 솔로홈런.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지 7타석만에 때려낸 첫 안타가 바로 홈런이었다. 한국인 선수가 빅리그에서 홈런을 때려낸 것은 투수인 박찬호가 2000년 LA다저스시절 2개를 날린 데 이어 3번째.

그는 2000년 3월2일 애리조나 스캇데일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첫 시범경기 첫 번째 타석에서 대타로 나가 초구를 홈런으로 연결시켜 강한 인상을 남겼었다. 사람들을 깜짝 놀래키는 데는 단단히 재주가 있는 모양.

유유히 그라운드를 돈 최희섭은 홈을 밟고 나서 팀동료인 새미 소사가 하는 것처럼 왼손주먹에 입을 맞춘 뒤 하늘을 손가락으로 가르키는 홈런 세러머니로 자신의 첫 홈런을 자축했다. 마이너리그 트리플A 시절 가끔씩 하던 제스처. 최희섭은 그라운드를 돌며 이제 시작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에서 컵스는 1-3으로 패했지만 유망주 최희섭이 무한한 가능성을 보인 것은 큰 소득. 브루스 킴 컵스감독도 공격과 수비 모두 만족스러웠다며 흐뭇해 했다.

4경기에서 7타수 1안타(0.143)에 1홈런 1타점을 기록한 최희섭은 10일부터 고려대 선배 김선우의 소속팀인 몬트리올 엑스포스와 3연전을 벌이게 돼 메이저리그 사상 첫 한국인 투타대결도 점쳐진다.



김상수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