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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백인경관, 흑인소년 구타 물의

Posted July. 10, 2002 23:36,   

미국의 TV 방송사들은 9일 백인 경찰관이 10대 흑인소년을 거칠게 폭행하는 장면을 주요 뉴스로 되풀이해서 방영했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교외 잉글우드시의 한 주유소에서 6일 저녁 발생한 사건을 한 관광객이 비디오카메라로 찍은 것이었다.

화면은 흥분한 표정의 경찰관 제레미 모스가 팔을 등 뒤로 돌려 수갑을 채운 흑인소년 도노번 차비스(16)를 번쩍 들어 순찰차 뒤 트렁크에 내리치는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모스는 트렁크에 부딪쳐 일그러진 차비스의 얼굴을 다시 주먹으로 때렸다. 다른 경찰관 3명은 이들과 한데 뒤섞여 있었지만 폭행엔 직접 가담치 않았다.

경찰은 유효기간이 지난 번호판을 부착한 채 운전하던 차비스의 아버지를 세워놓고 조사 중이었으며 차비스는 주유소 편의점에서 포테이토 칩을 사 갖고 나오다 봉변을 당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경찰은 차비스가 단속 경찰에 먼저 달려들었다고 주장했으나 차비스의 변호사는 이를 부인하고 차비스가 실제로는 비디오카메라에 찍힌 것보다 더 많은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91년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했던 로드니 킹 구타 사건을 연상시키면서 곧바로 인종차별 논란으로까지 비화됐다. 게다가 차비스가 발달 장애로 특수학교에 재학 중이라는 사실이 여론을 더 악화시켰다.

수십 명의 흑인들이 잉글우드 시청에 몰려가 거세게 항의했다. 흑인인 루스벨트 돈 시장은 중죄를 저지른 모스 경찰관은 파면돼야 마땅하다며 그를 직위해제했다. 법무부는 연방수사국(FBI)에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 미국인들은 로드니 킹 사건이 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으로 비화됐던 악몽을 떠올리면서 사태의 진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기흥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