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인의 장막에 2연패 좌절

Posted April. 17, 2002 09:27,   

日本語

16일 오전(한국시간) 열린 제106회 보스턴마라톤에서 대회 2연패를 노리던 이봉주가 케냐선수들이 만든 인의 장막에 갇혀 보스턴마라톤 2년 연속 제패에 실패했다. 2시간10분30초의 기록으로 5위.

9명이 출전한 케냐는 신예 로저스 롭이 2시간9분2초로 우승했고 크리스토퍼 체보이보치가 3초 뒤진 2시간9분5초로 2위를 차지했다. 3위와 4위도 동시에 2시간9분45초를 기록한 프레드 키프로프와 음바라크 후세인이 각각 차지하는 등 케냐는 10위안에 6명이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케냐는 이날 여자부에서도 마가레트 오카요가 2시간20분43초의 대회 최고기록으로 3연패에 도전한 캐서린 은데레바(2시간21분12초)를 제치고 우승하는 등 1, 2위를 독식했다.

이날 레이스에서 이봉주는 결국 케냐선수들이 만든 박스안에 갇혀 뛰다 페이스를 잃어 버린 꼴이 됐다. 케냐 선수들은 출발부터 이봉주를 에워싼 채 서로 선두를 바꿔가며 노련하게 레이스를 이끌었다. 이봉주가 뛰쳐나가려 하면 교묘하게 앞을 막았고 이봉주가 지치면 갑자기 우르르 달려나가 이봉주로 하여금 뒤쫓지 않을 수 없게 했다. 이봉주는 25지점까지 끈질기게 따라붙었지만 가파른 언덕이 시작되는 28 지점이 한계였다. 이 지점에서 롭 등 케냐 선수들이 스퍼트를 하자 이봉주는 더 이상 따라붙지 못하고 30를 지나면서 한때 11위까지 떨어졌다. 이봉주는 이후 막판 역주로 6명을 제치는데 만족해야 했다.

이봉주는 레이스가 끝난 뒤 결혼을 앞두고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었는데 아쉽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봉주는 25지점에서 한 차례 처졌다가 곧바로 따라붙었는데 이때 체력에 부담이 가 28지점에서 다시 케냐 선수들이 치고 나갈 때는 따라붙을 수 없었다. 케냐 선수들의 견제와 경기 전 걸렸던 목감기가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인환 삼성전자 마라톤 감독은 이봉주와 함께 레이스를 펼칠 동료가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며 그러나 국내에는 그 정도 수준에 오른 마땅한 선수가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현재 국내선수 중 이봉주를 이을 선수로는 김이용(무소속2시간7분49초), 정남균(삼성전자2시간11분29초), 지영준(코오롱2시간15분32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김이용이 족저근막염을 치료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등 모두 부상에 신음중이다. 올해 동아서울국제마라톤에서 3위를 차지한 임진수(코오롱2시간12분41초)도 아직은 더 다듬어야 한다는 평가.

이봉주는 17일 귀국해 21일 서울잠실운동장에서 1만여 마라톤마니아의 축복 속에 동갑내기 김미숙씨와 결혼식을 가질 예정이다.



김화성 mar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