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이 테러사건 이후 처음으로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우리는 핵과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파키스탄의 우르두어 신문인 아우사프(AUSAF)지는 10일 빈 라덴이 이 신문의 편집인인 하미드 미르 기자와 가진 단독 회견에서 미국이 우리에게 핵과 화학무기를 사용한다면 우리도 같은 방법으로 보복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미르 기자는 인터뷰의 신빙성을 묻는 서방언론의 질문에 7일 밤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눈이 가려진 채 지프에 태워져 5시간 가량을 이동한 후 카불보다 훨씬 춥고 대공포 소리가 들리는 한 진흙 오두막집에서 8일 오전 빈 라덴을 만났다고 경위를 밝혔다.
미르 기자는 경호원 10여명을 거느리고 핵심 측근인 알 즈와히리와 함께 나타난 빈 라덴은 예전의 아주 부드러운 어조와는 달리 숙련된 웅변가처럼 열변을 토했으며 자주 웃는 등 자신감에 차 있는 모습이었다며 하지만 그는 조만간 미국에 의해 살해당할 위협을 느끼고 있으며 죽을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다음은 아우사프지와 파키스탄 영자신문 새벽(Dawn)지 등에 동시에 보도된 빈 라덴과의 일문일답 요약.
-911 테러 공격으로 숨진 무고한 민간인들의 죽음을 이슬람의 가르침으로 정당화할 수 있는가.
그 공격은 여성과 어린이를 타깃으로 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군사 및 경제력의 상징물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미국과 그 우방들은 팔레스타인과 체첸, 카슈미르, 이라크에서 우리를 학살하고 있다. 따라서 이슬람교도들에겐 보복할 권리가 있다.
-당신이 핵과 화학무기를 취득하려 한다는 서방언론 보도는 사실인가.
미국이 우리에게 화학 또는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우리도 똑같이 화학무기와 핵무기로 보복할 것이다. 우리는 억지력 차원에서 그런 무기들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물러나고 알 아크사 사원이 해방된다면 다른 이슬람국가에서 재판을 받을 용의가 있는가.
아프간만이 유일한 이슬람국가다. 사우디도 이슬람국가가 아니라고 본다. 미국이 나를 기소할 혐의를 가지고 있다면 우리 역시 미국에 대한 범죄사실을 확보하고 있다.
-이집트의 최고 이슬람 성직자가 당신과 이슬람은 아무런 관계도 없다는 포고령을 내렸는데.
이슬람 역사는 그런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그들은 개인적 이득을 위해 적을 지원하지만 진정한 이슬람 율법학자는 미국에 대한 지하드(성전)를 지지한다.
-(탈레반 최고지도자인) 무하마드 오마르의 딸이 당신 부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인가.
(웃으며) 내 부인들은 모두 아랍인이다. 내 딸들도 모두 아랍 무자헤딘과 결혼했다. 나는 물라 오마르와 정신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뿐 개인적 관계는 없다.
이기홍 sechepa@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