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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 구매 과정의 이면

Posted February. 20, 200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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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이 7일 한미외무장관회담에서 미 보잉사의 F15K 전투기에 대해 홍보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의 대한 무기구매 압력이 새삼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벌써 전통적으로 군수업체와 밀접한 관계인 미 공화당정부가 한국을 비롯한 우방국들에 노골적으로 무기구매 압력을 가해올 것이라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무기도입 사업은 경제적 기술적 요소만이 아니라 정치적 상황까지 고려해야 하는 매우 복잡미묘한 문제. 그만큼 외교적 정치적 협상의 산물이 되기 쉽다. 미국의 대한 무기구매 압력의 실상과 정부의 대응을 살펴본다.

한국은 최고의 무기수출시장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무기구매 압력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들은 대체로 그게 어제오늘의 일이냐는 반응을 보였다. 무기수출은 군수업체엔 사활이 걸린 사안인 데다 미국으로서는 군사동맹관계를 내세워 한국 무기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려왔기 때문이다.

올해 안에 차세대 전투기(FX), 차세대 공격헬기(AHX), 차기 대공미사일(SAMX) 등 각기 수조원에 달하는 대형 전력증강사업의 기종을 선정하게 돼 있는 한국으로선 미국 러시아 프랑스 등 각국의 치열한 로비 각축장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FX사업의 유력한 후보기종인 미국의 F15 구매압력은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99년 10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당시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은 불쑥 연합작전에서 상호운용성(inter operability)이 중요하다며 노골적으로 미국 방산물자의 구매를 요구했다.

지난달 29일에는 미 보잉사의 제리 대니얼스 방산부문 사장이 계룡대로 길형보 육군, 이수용 해군, 이억수 공군 참모총장을 잇달아 방문했다. 3군 총장이 일제히 미 방산업체 대표를 만나 준 것은 미국의 영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대목.

기종 결정 연기는 고육책인가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3일 차기잠수함(KSS2)사업 기종을 독일 214잠수함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미 오래 전 기종이 결정됐지만 프랑스와의 외교관계를 고려해 발표를 연기했던 것. 실제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10월2022일)에 참석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 잠수함 구입을 강력히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내달 초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도 FX사업 등 한국의 전력증강사업은 드러나지 않는 최대 현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자연히 정부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정부로서는 올해가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관계의 틀을 새로 짜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초 7월(FX), 9월(AHX)로 예정된 기종 결정 시기를 연말로 늦추는 한편 SAMX사업의 유보를 검토하고 있다. 무기도입사업을 통해 한미간 대북공조를 유리하게 이끌면서 가격인하 유도 등 다목적 효과를 노린 포석이라 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도 대형 무기도입 사업은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지렛대 아니냐고 토로했다.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