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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韓 먼저 해법 제시, 日 ‘앞으로 100년’ 보고 답하라

강제징용 韓 먼저 해법 제시, 日 ‘앞으로 100년’ 보고 답하라

Posted March. 06, 2023 09:28,   

Updated March. 06, 2023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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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오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의 최종안을 발표한다. 국내기업들이 우선 자금을 출연해 피해자들에게 배상하고, 일본 기업들이 향후 참여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한다. 피고 기업임에도 배상을 거부해온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은 한일 양국의 경제단체가 조성하는 ‘미래청년기금’을 통해 간접 참여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본의 사죄는 1998년 한일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하는 수준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해진다.

우회로를 택한 정부 방안은 배상 책임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일본 정부와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한 차선책이다. 피해자들이 피고 기업들의 참여를 통한 진심 어린 사죄를 요구해왔음을 감안하면 미흡한 부분이 적잖다. 야당은 공식 발표 전부터 “굴욕 외교”라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발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정부가 최종안이라는 승부수를 띄운 것은 과거사의 굴레를 벗고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일본은 한국이 지난해 7월 민관협의체 구성을 시작으로 1년 가까이 논의와 협상을 거듭해오는 동안 의미 있는 입장 변화를 보여주지 않았다. 그런 일본을 향해 정부는 ‘협력 파트너’라며 손을 내밀었다. 국내 정치적 리스크를 감내하며 3년 만에 한일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이젠 배상 책임도 없는 한국 기업들이 먼저 배상금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이 성의 있는 호응에 나서지 않으면 역풍 속에 간신히 마련한 최종안마저 뒤집히고 이는 양국에 큰 부담으로 남을 것이다.

한일 양국은 글로벌 정세와 동북아 경제, 안보 지형이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서 관계 개선을 이뤄내야 하는 역사적 분기점에 서 있다. 커지는 북핵 위협, 기술패권을 둘러싼 미중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득세하는 자국 우선주의 움직임 등은 힘을 합쳐도 헤쳐 나가기가 쉽지 않은 도전들이다. 과거를 외면해선 안 되지만 언제까지나 과거에 발목에 잡혀 있을 여유도 없다.

공은 이제 일본으로 넘어갔다. 일본 정부는 한국이 제시한 해법을 넘겨받아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전향적 조치로 호응해야 한다. 진심을 담아 피해자들에게 사죄의 뜻을 전하고, 일본 기업들의 배상 및 기금 마련 참여도 그 규모와 범위를 키워나가야 한다. 강제징용 외에도 사도광산, 군 위안부, 독도 등 풀어야 할 과거사 및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게 현실이다. 돌파구를 뚫어낼 이번 기회를 잡지 못한다면 양국 모두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미래를 열어줄 수 없다. 일본이 앞으로의 100년을 내다보는 자세로 답을 내놓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