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삼성 혁신 가로막아 소비자 선택권 제한 (일)

삼성 혁신 가로막아 소비자 선택권 제한 (일)

Posted August. 27, 2012 07:11,   

삼성전자는 미국 법원 배심원의 평결에 대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삼성전자는 25일 공식 자료를 내고 이번 평결로 정보기술(IT) 업계의 혁신이 가로막히게 될 것이라며 소비자와 시장에 불이익을 끼쳐 업계 발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모호한 특허 적용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배심원들이 애플의 디자인을 침해했다고 본 둥근 모서리의 사각 디자인은 특정 제품에서만 쓸 수 있는 독창적인 방식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영국이나 독일, 한국에서는 애플이 주장해 온 둥근 모서리나 평평한 화면을 제품의 일반적인 속성으로 보고 특정 기업이 독점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애플이 주장하는 다수의 상용특허도 아이폰이 출시되기 전부터 있었던 선행 기술이라는 게 삼성전자의 주장이다.

삼성전자는 29일로 예정된 갤럭시노트2 출시 행사를 그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갤럭시노트는 갤럭시S2나 갤럭시탭 10.1과는 달리 애플의 특허 침해 제품에 포함되지 않았다.

반면 애플은 배심원에게 갈채를 보낸다며 이번 평결 결과를 환영했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24일(현지 시간) 평결이 나오자 사내 메모를 통해 오늘은 애플이 승리한 중요한 날이라며 배심원단이 삼성의 행동이 고의적이었다는 점을 밝히고 도둑질은 옳지 않다는 강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보낸 데 대해 갈채를 보낸다고 밝혔다. 또 삼성전자에 디자인 모방을 중단하라고 몇 번이나 요청했다며 어쩔 수 없이 법적 행동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LG전자와 팬택 등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사용하는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LG전자는 이번 평결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밝혔지만 결과가 자사()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주말을 보냈다. LG전자는 현재 롱텀에볼루션(LTE) 관련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이번 평결의 초점이 통신기술 관련 특허보다는 디자인에 초점이 맞춰진 점이 부담스럽다. LG전자는 다음 달 전략 스마트폰인 G폰(프로젝트 명)과 옵티머스 뷰2를 출시할 예정이며, 팬택도 5인치 크기의 LTE 스마트폰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번 평결에 대해 한미 양국에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국내에서는 평결이 최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많았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달 월풀의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산 세탁기에 최고 82%의 관세를 부과한 것과 유사한 맥락이라는 것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빠르고 결단력 있는 결정이라는 목소리가 주류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심리 후 3일 만에 이뤄진 빠르고 결단력 있는 결정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일부 외신들은 이번 소송이 애플의 홈그라운드에서 진행됐다는 점이 평결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IT 전문매체인 와이어드는 배심원제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비전문가들인 배심원단이 특허소송처럼 복잡하고 까다로운 사안을 결정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박창규 k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