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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만나기 전에 피검사 (일)

Posted August. 24, 2012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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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의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66) 씨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를 만나기 위해 거쳐야 했던 절차는 혈액검사였다.

후지모토 씨는 김정은 부부가 환영회를 열어준 7월 22일 오전 병원에 들러 혈액검사부터 해야 했다. 김정은이 병에 감염되는 것을 막기 위한 사전조치였다. 김정은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을 만나려던 인사들도 과거 종종 혈액검사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후지모토 씨는 22일에 이어 23일에도 일본 TBS 방송에 출연해 김정은을 만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김정은이 지난달 후지모토 씨를 북한으로 초대한 것은 북-일 관계 개선을 위한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정은 부부가 그를 위해 열어준 환영회 자리에는 모두 17명이 참석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곁을 마지막까지 지켰던 사실상 부인 김옥(48),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25)도 이 자리에 있었다. 후지모토 씨를 위한 환영회였음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의 왼쪽에 앉은 북한 인사가 나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는다라고 말해 분위기가 어색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김정은이 괜찮아, 괜찮아. 그만해라고 말했다고 후지모토 씨는 전했다. 최고통수권자인 김정은 앞에서 반대 의견을 내놓는 모습은 김정일 시절에는 볼 수 없었던 일이다.

TBS는 이날 방송에서 왜 김정은이 후지모토 씨를 초대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해설위원으로 방송에 출연한 고영기 데일리NK 도쿄지국장은 북-일 정상회담 10년째인 올해 뭔가 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가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고 국교 정상화 교섭 재개에 합의했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메시지의 하나라는 셈이다. 스즈키 다쿠마() 마이니치신문 편집위원도 북한이 일본과 정상회담을 하려는 의도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실제 후지모토 씨가 지난달 21일 방북한 이후 북한과 일본 간에는 해빙 무드가 이어지고 있다. 양국은 9, 10일 중국 베이징()에서 10년 만에 적십자회담을 개최했다. 29일에는 4년 만에 정부 간 대화를 할 예정이다.

후지모토 씨는 다음 달에 다시 북한에 간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지난달 그에게 언제든 북한과 일본을 오가도 좋다고 허락한 상태다. 북한이 일본과 소통하는 외교카드 중 하나로 후지모토 씨를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후지모토 씨는 6월 16일 일본의 한 편의점에서 자신에게 접근해왔던 북한 공작원이 전해준 메모는 꿈에서라도 다시 한 번만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파파에게라고 적힌 아내와 딸의 편지, 사진이었다고 공개했다.



박형준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