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모바일 기기를 독일에서 팔지 못하게 될 위기에 처했다. 모토로라가 애플을 통신기술 침해로 법원에 제소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로부터 통신 기술을 가지고 반독점행위를 했는지 예비조사를 받고 있다. 서로가 서로의 뒤통수를 치는 특허전쟁이 통신특허를 둘러싼 애플 대 비() 애플 진영간의 전쟁으로 진화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진 일들이다.
4일(현지 시간) DPA 등에 따르면 모토로라는 독일 만하임 법원에서 애플의 모든 모바일 기기의 판매를 금지하는 판결을 받아냈다. 판결문에 정확히 어떤 제품이 판매금지 대상인지 명시되지 않았지만, 모토로라의 특허가 무선통신과 관련된 표준특허라 애플의 웬만한 기기에는 모두 쓰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재판부는 2003년부터 애플이 모토로라 특허를 침해해 만든 모든 제품에 대해 손해를 배상하라는 결정도 내렸다.
실제로 독일에서 애플 제품이 판매 금지를 당할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만하임 법원은 궐석 재판(피고인이 부재한 상태에서 이뤄진 재판) 형식으로 판결을 냈다. 애플은 법원이 요구한 의견서를 전혀 제출하지 않았고, 모토로라의 공격에 자사를 변호하지도 않았다. 또, 법원이 판결한 대상이 미국에 있는 애플 본사라 관할권에 대한 논란의 여지도 남아 있다.
이에 대해 애플은 4일(현지 시간) 단순히 절차적인 조치로 현재 시점에서 독일 사업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애플이 정식 재판을 다시 요구할 때까지 모토로라가 얼마든지 애플 제품 판매를 금지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 부분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에 법원이 통신 표준특허에 대해 판매금지 처분을 내렸다는 점에서 모토로라처럼 표준특허가 주 무기인 삼성전자에게 유리한 판결이다.
엄청난 현금을 보유하고 전 세계 유능한 변호사를 마음껏 선임할 수 있는 애플이 왜 모토로라의 공격에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법원의 요구를 무시하고, 향후 타격을 입을만한 결과가 나오게 방치했을까는 미스터리다. 일각에서는 이 또한 삼성전자와의 전쟁과 연관이 돼 있다고 추측하고 있다.
표준특허 이슈에 대해 네덜란드 법원은 애플의 손을, 독일의 만하임 법원은 삼성전자와 입장이 비슷한 모토로라의 손을 들어줬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 EU 집행위가 삼성전자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지가 주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독일 만하임법원에서 자신을 충분히 변호했는데도 모토로라에 진다면 EU의 예비조사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표준 특허는 양날의 칼 같아서 침해를 입증하기는 쉽지만 이로 인해 상대방을 궁지에 몰기는 힘들다. 미국이나 유럽이나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업자가 권리를 남용하는 독점 행위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특허전쟁 양상은 이처럼 전통적인 이동통신 관련 회사로 표준특허가 많은 회사들(삼성전자 모토로라 노키아) 등과 컴퓨터회사에서 통신업계로 들어온 신생회사 애플과의 전면전으로 확전되고 있다. 기존 통신사들은 애플이 업계에 들어와 표준특허를 마구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애플은 스마트폰의 기능을 통신제조사들이 베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최근 삼성전자에 유리한 결정이 나왔다. 애플의 반독점 관련 소송 자체를 기각한 것이다.
김현수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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