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남쪽 규슈의 봄. 지붕 접은 채 벳푸만 해안도로를 질주하는 빨간색 컨버터블(접철식 지붕이 장착된 스포츠카) 운전자의 흩날리는 머리칼에도, 구주()고원을 넘나드는 JR규슈 소닉열차의 유선형 동체의 코끝에도, 다카사키산 어린 원숭이의 귀털에도 봄은 있었다.
남방의 봄은 화려하기만 했다. 춘백의 진초록 잎새로 만발한 빨간 춘백 꽃잎이 벳푸만의 푸른 바다와 파란 하늘, 이제 막 진 연분홍 매화꽃의 화려한 빛에 눌려 제 색을 빛내지 못했을 정도라면.
신록의 싱그러움이 가득한 핫치만신사의 본산 우사()신궁. 성마른 벚꽃이 진분홍 꽃잎을 화들짝 펴고 봄기운을 과시했다. 휴일 신궁은 봄나들이 겸해 소원을 빌러 온 사람들로 붐볐다. 2002년 월드컵의 일본 최남단 개최도시인 오이타()시내와 벳푸만이 내려다 보이는 고개 위의 월드컵스타디움 빅아이도 마찬가지. 지난 토요일에 열린 올시즌 첫 경기(J리그 2군오이타 트리나타-야마카타)에는 초등학생까지 자전거를 타고와 관람했다.
바다와 산, 온천과 골프의 도시 오이타. 여행객의 발걸음은 벳푸에서 시작한다. 아베 마수오씨(오이타현 관광진흥과)가 첫 번째로 안내한 곳은 다케가와라()온천. 123년 역사의 전통목조 건물에는 온천수(섭씨 42도)를 이용한 모래찜질방이 있었다. 온천수로 데워진 모래밭에 파묻혀 누워있기를 10분. 온몸이 달아올라 모공에서 땀이 솟을 정도로 찜질 효과는 컸다.
이어 찾은 곳은 부채처럼 벳푸시를 품은 듯한 형상의 오우기산 아래 언덕. 아베씨가 물었다. 21세기에 남기고 싶은 일본의 100가지 풍경이 뭘까요? 대답은 이랬다. 눈덮인 산정의 후지산이 첫번째, 하코다테(홋카이도)의 야경이 세번째. 두 번째는 바로 눈앞의 풍경. 증기기관차 굴뚝에서 솟구치는 것 같은 수증기 기둥이 시내 곳곳에 뿜어 나와 도시의 공중을 장식했다. 온천공이 2800개나 되는 온천타운 벳푸에서만 볼 수 있는 진귀한 풍경이었다.
이튿날 아침, 8개의 독특한 온천연못을 보는 지고쿠 메구리(지옥순례)에 나섰다. 하늘색 물빛의 우미()지고쿠(수온 섭씨 98도), 돌사이로 수증기를 내뿜는 야마()지고쿠, 붉은 물빛의 치노이케()지고쿠. 섭씨 98도물이 담긴 우미지고쿠에 담근 바구니로 찐 계란반숙(3개 100엔)은 별미다. 6개는 걸어서 515분 거리, 두 개는 자동차로 10분 거리. 개장은 오전 8시오후 5시.
오이타를 찾는 관광객은 연간 1400만명. 그만큼 관광자원도 다양하다. 도시는 벳푸만을 중심으로 해안가에 주로 발달했고 바다주변은 온통 산악과 고원. 그 고원의 아프리칸 사파리(www.africansafari.co.jp)는 재밌는 곳이었다. 사파리 버스로 50분간 방사된 사자 호랑이 기린 코끼리 등을 차례로 찾아가면 동물들이 먹이를 먹기 위해 버스로 달려들었다.
조성하 summer@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