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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이스탄불 나이트클럽서 무장괴한 총기 난사

터키 이스탄불 나이트클럽서 무장괴한 총기 난사

Posted January. 02, 2017 08:32,   

Updated January. 02, 2017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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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해 첫 붉은 태양이 떠오르기도 전에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터키 최대 도시 이스탄불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2017년 새해를 맞는 인파로 가득 찬 이스탄불 나이트클럽에 산타클로스 복장을 한 무장괴한이 침입해 총기를 난사하면서 경찰 1명을 포함해 최소 39명이 숨지고 69명이 다쳤다. 범인은 총격 직후 도망쳐 아직 붙잡히지 않았다.

 하얀색 산타클로스 옷을 입은 남성 괴한은 1일 오전 1시 15분경 이스탄불 레이나 나이트클럽 입구에 서 있던 21세 경찰을 총으로 쏴 사살하고 내부로 침입했다. 그는 클럽 안에서 새해를 기쁘게 맞고 있던 700여 명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퍼부었다. 유럽과 아시아를 가로지르는 보스포루스 해협에 위치한 이 클럽은 패리스 힐턴, 지젤 번천, 우마 서먼, 케빈 코스트너, 스팅 등 유명 스타들이 종종 찾는 고급 클럽이다.

 놀란 시민들은 밖으로 뛰쳐나왔고, 일부는 바로 옆 보스포루스 해협으로 뛰어들어 몸을 피했다. 좁은 공간 안에 700여 명이 몰려 있다 보니 대피가 늦어지면서 피해가 커졌다고 BBC가 전했다. 외국인 손님이 많은 곳이다 보니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 21명 중 16명이 외국인이었다. 정확한 국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당시 남편과 함께 현장에 있었던 시넴 우야니크 씨는 여러 시신 속에 파묻혔다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그는 “한창 놀고 있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남편이 무서워하지 말라며 나를 몸으로 덮쳐 감쌌다”며 “밖으로 빠져나오려면 (몸 위에 쌓인) 여러 시신을 들어 올려야 했다”고 말했다. 터키 축구선수 세파 보이다시 씨는 “총소리를 듣자마자 하이힐을 신고 있던 여자친구를 등에 업고 달렸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범인은 총기 난사 직후 클럽에서 산타 옷을 벗어던지고 도주하는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찍혔지만 여전히 행방이 오리무중이다. 범인은 노란 택시를 타고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일부 목격자 진술에 따라 범인이 최대 3명이라는 현지 보도가 이어졌지만, 바시프 샤힌 이스탄불 주지사는 범인이 1명이라고 밝혔다. 샤힌 주지사는 “잔혹한 테러 행위를 저지른 범인을 추적하고 있으며 곧 체포할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 경찰은 그가 아랍어로 소리쳤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에 따라 이슬람국가(IS) 소속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1만7000명을 동원해 수색 중이다. 범죄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정황도 나왔다. 클럽 사장인 마흐메트 코차르슬란 씨는 “범인은 러시아제 자동소총 칼라시니코프를 썼다”며 “10여 일 전쯤 미국 정보 당국이 연휴 기간에 터키에 대한 테러 가능성을 경고해 보안 조치를 강화했지만 막을 수 없었다”고 현지 언론에 밝혔다.

 터키는 지난해에도 테러로 최악의 해를 보냈다. 이스탄불에서는 불과 20일 전 쿠르드노동자당(PKK) 소행의 축구장 연쇄 테러로 44명이 숨지고 155명이 다쳤다. 지난해 6월에는 IS가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을 습격해 44명이 사망했다. 터키가 시리아 내전 중재자를 자처한 지난해 12월 19일에는 시리아 휴전 중재에 불만을 품은 현직 경찰이 주터키 러시아대사를 암살하기도 했다. 하와이에서 휴가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에릭 슐츠 백악관 부대변인을 통해 “무고한 생명이 사망한 데에 애도를 표한다”며 “터키에 적절한 지원을 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조동주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