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남영역 인근 대로변에 떨어져 있는 낙엽이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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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 이거 왜 이렇게 안 쓸려.”
서울 용산구 남영역 인근에서 만난 환경미화원 김모씨는 “근래 내린 비 때문에 낙엽이 바닥에 달라붙었다”며 “오늘 아침 출근할 때 마음의 각오는 하고 왔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인근에선 대조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근처 OO미술관 앞에서 낙엽을 밟으며 언덕을 내려가던 이모씨(27·여)는 “청량한 하늘에 노란 단풍이 너무 예뻐 산책 중”이라며 “낙엽이라도 밟아야 그래도 가을을 만끽했구나 싶다”고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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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 한남동 골목길에 배수구가 보이지 않을 만큼 낙엽이 쌓여 있다. 뉴스1
김씨는 “아침부터 온종일 50리터 크기 봉투를 20포대 이상 담았는데도 끝이 안 보인다”며 “급격하게 추워진 날씨에 몇 겹을 겹쳐 입고 왔는데 일하다 보니 땀이 뻘뻘 난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낙엽은 미화원들의 안전을 위협하기도 한다. 지난 2021년 가을철 낙엽으로 업무량이 늘어난 미화원의 질병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일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 가을 미화원들은 여전히 과도한 업무량에 허덕이는 현실이다.
서울역 근처 건물 미화원 황모씨(62·남)은 “일하는 날 하루에 2만5000보씩 걷는데 가을철 바쁜 날엔 오전에만 2만보씩 걷는다”며 “힘들어서 좀 쉬고 싶을 때면 바람이 불어 은행나무에서 은행이 우박처럼 떨어지니까 제대로 쉬지도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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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암동 주민이 기자에게 직접 낙엽 쓰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뉴스1
무엇보다 낙엽 수거를 하지 않았다가 사고가 생길 경우 자칫 미화원들 책임이 될 수 있다. 지난 8일 오후 신림동 도림천 인근에서 만난 미화원 신모씨(67·남)는 “지난해 이맘쯤 한 노인이 미화원끼리 모여 있는 데로 와서 ‘똑바로 청소해라, 구청에 민원 넣겠다’고 소리 지른 일이 있었다”며 “자초지종 물어보니 우리가 낙엽을 대충 쓸어서 넘어질 뻔했다는 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씨는 “처음엔 불쾌하고 화났지만 나중엔 진짜 다 우리 책임으로만 몰릴까 걱정됐다”고 토로했다.
미화원들은 구청이나 지자체에 낙엽 청소 차량을 도로 곳곳마다 운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구청 관계자는 뉴스1과 통화에서 “구청에선 하루에 3회 정도 낙엽 수거 차량을 운행한다”면서 “원래 큰 대로변과 이면도로 모두 청소하지만 요즘엔 너무 바빠 대로변 위주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