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장관이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상견례를 겸한 첫 화상 통화를 했다. 양국 관계 및 한반도, 북핵, 북한 코로나19 등 현안 협력 기조를 확인하는 동시에 중국 측에서는 미국을 견제하는 듯한 발언도 나왔다.
외교부는 16일 박 장관이 왕 부장과 첫 통화를 하고 한·중 관계 전반, 한반도 문제, 북핵 문제, 북한 코로나19 상황 등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박 장관과 좋은 업무 협력 관계를 형성해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 장관은 이에 “역내에서 공동의 가치와 이익에 기반한 외교를 전개해나가고자 한다”며 “한·중 관계가 금년 수교 30주년을 맞아 상호 존중과 협력 정신을 바탕으로 보다 성숙하고 건강하게 발전해나가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도 논의했다. 박 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는 한반도 및 역내 정세를 악화시킬 뿐 아니라 양국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 만큼, 한·중이 협력해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를 도모해나가기를 기대한다”라며 북한의 추가 도발 자제를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도 당부했다.
두 장관은 양국 간 소통 강화, 교류 증진의 필요성에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박 장관은 양 정상의 상호 방문을 포함한 고위급 및 각급 간 교류·소통 강화, 경제·보건·기후변화·미세먼지 등 실질협력 심화, 한·중 문화교류의 해를 계기로 문화·인적 교류 확대,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협력 강화를 요청했다.
왕 부장도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가 한층 더 발전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양측 고위급 간 소통·조율, 호혜협력, 문화교류 및 국제·지역 협력을 강화해나가자고 밝혔다.
두 장관은 지역·글로벌 정세 관련 상호 관심 사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하고, 국제사회에서 크게 변화된 양국의 위상을 감안해 지역·글로벌 차원에서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자고 뜻을 모았다.
이와 관련해 박 장관은 “한국이 글로벌 중추국가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중국도 책임 있는 국가로 적극 역할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두 장관은 앞으로 상호 방문을 포함해 자주 전략적 소통을 갖고 긴밀한 협력을 지속해나가기로 했다.
한편 신화통신에 따르면 왕 부장은 이날 미국 견제로 해석되는 발언도 내놨다. 왕 부장은 “오늘날 이 지역을 개방적, 포용적으로 유지하고, 신냉전의 위험을 경계하며, 진영 대치에 반대하는 게 중국과 한국의 근본적 이익에 부합한다”라고 말했다.
왕 부장은 아울러 세계 평화·번영 증진에 관한 한국의 건설적인 역할 수행을 거론하고, 한국과 함께 양국 및 아시아, 신흥 시장의 공동 이익을 보호할 준비가 됐다고 했다. 또 양국이 언제나 상호 발전 경로와 핵심 이익, 문화적 전통을 존중해 왔다고 말했다.
이번 통화는 오는 20~24일 바이든 대통령 방한·방일을 앞두고 이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일본으로 이동, 지난해 10월부터 자국이 추진해온 이른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출범을 선언할 것으로 전망된다.
IPEF는 미국의 구상 공개 직후부터 사실상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등에서 합류를 망설이는 기류가 흐르기도 했다.
중국측은 보도자료에서 박 장관이 “한국은 항상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한다”고 말했다고 밝혔지만, 한국 측 보도자료에는 그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