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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택배기사 과로로 죽어간다” NYT도 집중 조명

입력 | 2020-12-16 10:44:00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택배연대노조)원들이 지난 10월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복합물류센터에서 열린 롯데택배 전국 파업출정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0.10.27/뉴스1 © News1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한국의 택배기사는 가장 열심히 일하면서도 가장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라며 이들의 열악한 근로환경과 여건을 조명하는 기사를 실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NYT는 16일 ‘한국의 택배원들은 과로(overwork)로 죽어간다’는 서울발 기사를 통해 “한국에선 올 들어서만 15명의 택배기사가 숨졌는데, 그중엔 새벽부터 자정을 넘겨서까지 계속되는 업무를 견디지 못해 죽어간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NYT는 특히 “한밤중 아파트단지 곳곳을 다니며 과일, 생수, 크리스마스 장식 등을 배달하는 지친 택배원을 보는 건 이제 일상적인 일이 됐다”면서 “그러나 일부에선 주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파 위험을 이유로 택배원들의 엘리베이터 이용을 거부해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온라인쇼핑을 통한 각종 물품 구매와 택배량 증가는 코로나19 유행 속에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 가운데 하나다. 이와 관련 한국통합물류협회는 지난해 27억9000만개였던 국내 택배물량이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30% 늘어난 36억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NYT는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택배·물류회사는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수익을 거뒀지만 5만4000여명에 이르는 전국 택배기사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며 이들은 “노동 관계법에 따른 보호조차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택배원은 대부분 자기 차량을 갖고 대형물류회사로부터 하청을 받아 일하는 자영업자(개인사업자)여서 주 52시간 근무제는 물론, 초과근무수당이나 유급휴가, 산업재해보험 등의 적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한국에선 지난 1997년 이후 온라인쇼핑몰 등 전자상거래 시장이 크게 활성화되면서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됐고, 그 여파로 택배 수수료가 크게 깎인 상황이기도 했다.

온라인쇼핑몰들의 경우 저마다 고객 유치를 위해 ‘당일배송’ ‘총알배송’ ‘새벽배송’ 등을 선전하고 있지만, “택배기사들은 늘어난 근무시간과 업무량에도 불구하고 물건 1개당 60~80센트(약 650~870원)의 배달 수수료만 받고 있다”는 게 NYT의 설명이다.

NYT는 “게다가 주요 온라인쇼핑몰은 자신들이 정한 배송시한을 지키지 못했을 땐 택배원들에게 벌금을 물게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일과건강의 9월 조사자료를 보면 한국의 택배 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12시간씩 주 6일 근무하고 있다. NYT는 또 한국 정부 자료를 인용, “택배 노동자들의 올 상반기 업무 관련 부상은 작년에 비해 43%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선 지난 10월 택배 노동자들의 집단파업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일부 물류회사는 택배기사 사망에 대해 사과하고 기사들의 건강검진과 근무시간 단축, 그리고 인력 증원 등을 약속했으며, 한국 정부 당국 역시 택배기사들에 대한 주 5일 근무제 시행과 야간 배달금지 등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NYT는 “물류회사와 정부가 약속한 개혁은 아직 지지부진하다”고 전했다.

택배원 최모(43)씨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실업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얻은 건 행운이다. 택배가 코로나19 환자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아이들과 저녁을 함께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집에 일찍 들어가는 건 이제 먼 꿈이 됐다”고 말했다.

다른 택배원 박모(36)씨는 “지난달 할머니 장례 때 자비로 대체인력을 구해야 했다”며 “우린 변화를 원한다. 우린 일하는 기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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