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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마 맞혀라” 하루 14시간 기도 강요 아빠

입력 | 2017-02-14 03:00:00

초등생 자녀들 거부땐 무차별 폭행… 법원, 아동학대 혐의로 실형 선고




지난해 7월 6일 오전 10시경 제주 제주시 애월읍 한 컨테이너 형태 주거지에서 서모 씨(64)는 세 번째 부인에게서 얻은 첫째 아들(15)의 얼굴을 수차례 때렸다. ‘경마 기도’를 하다가 졸았다는 이유로 폭행을 가한 것이다. 기도를 하면 경마의 우승마를 예견할 수 있다며 아들에게 경마 기도를 강요한 것이다. 같은 날 오후에는 아들이 경마 기도에 필요한 경주마 이름을 제대로 외우지 못했다며 다시 주먹과 발로 무차별 폭행했다.

아들에 대한 서 씨의 학대와 폭력은 2013년 9월경 셋째 부인이 경마 기도 강요를 견디지 못하고 가출한 뒤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여러 종교에 빠져 살았던 서 씨는 명상과 수련을 하면 미래를 예견할 수 있다고 믿고 경마에 나서는 기수의 이름과 경주마의 번호를 외우게 한 뒤 이른바 ‘기도’를 통해 우승할 말의 번호나 기수의 이름을 떠올리도록 한 것이다. 하루 14시간씩 경마 기도를 시키고 우승마를 떠올리지 못하겠다고 하면 목검으로 때리기도 했다. 경마 기도를 시키기 위해 ‘아버지 병간호’를 핑계로 학교에 보내지 않거나 조퇴시킬 때도 많았다.

경마 기도뿐만 아니라 상습적인 폭행도 일삼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에는 한문 공부를 하던 막내아들(당시 8세)이 졸자 물속에 20초 동안 머리를 잠기도록 누르는 고문을 하고, 의자에 줄로 묶어 놓고는 발바닥을 때리기도 했다.

서 씨의 기도 강요와 폭력은 일회성이 아니었다. 제주시에서 고물상을 운영하던 서 씨는 2001년부터 제주경마장을 들락거리다 둘째 부인 사이에서 낳은 딸 3명 중 2명에게 우승마와 로또 번호를 맞히라며 기도를 시켰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두 딸이 우승마를 맞히지 못하면서 폭행한 사실이 드러나 2006년 아동학대 혐의로 2년간 복역하고 2008년 7월 출소했다.

제주지방법원 형사1단독 김정민 부장판사는 13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서 씨에게 징역 4년 6개월과 8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유사 범행으로 복역해 범죄가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또다시 범행을 했다”며 “기이한 믿음으로 저지른 반인륜적인 행태에 대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