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웨스트포인트 흑인 여자 생도들이 졸업을 앞두고 단체 사진을 찍으면서 흑인 인권 투쟁을 상징하는 ‘주먹 쥔 손 들기’ 제스처를 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출처 트위터
제복 차림의 여성 생도 16명이 21일 졸업을 앞두고 학교 건물을 배경으로 찍은 기념사진이다. 문제는 사진에 찍힌 생도들이 모두 흑인이며 주먹 쥔 손을 들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흑인이 주먹을 쥐고 있는 것은 ‘흑인 차별에 반대한다’는 뜻의 정치적 제스처로 해석된다. 미 국방부는 군인들이 정치적 활동을 하거나 정치적인 견해를 밝히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8일 AP통신에 따르면 이 사진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져 나가면서 “흑인 생도들이 정치적 표현을 한 것 아니냐”는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주먹 쥔 손을 들고 있는 게 흑인 인권 투쟁의 상징이 된 것은 1968년 멕시코 올림픽 때 등장한 독특한 메달 세리머니가 계기가 됐다. 당시 남자 육상 200m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한 흑인 선수 토미 스미스와 존 칼로스는 시상식에 올라 고개를 숙인 채 검은 장갑을 낀 한쪽 주먹을 치켜들었다가 메달을 박탈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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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8월 미주리 주 퍼거슨 시에서 10대 흑인 소년이 백인 경찰관의 총에 맞아 사망한 뒤 벌어지고 있는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에서도 이 제스처가 등장했다.
사진에 나온 여생도들의 멘토 역할을 해온 졸업생 메리 토빈은 “졸업을 자축하기 위해 통일된 포즈로 사진을 찍었을 뿐이다. 미식축구 선수들이 승리한 뒤 헬멧을 들고 흔드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해명했다. 웨스트포인트는 사진 속 포즈가 정치적 견해 표현에 해당되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