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한일 정상회담]아베, 9년만에 방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한국 방문 일정은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리 총리는 꼬박 만 이틀을 한국에 머물며 한국민과의 교류에 시간을 할애한 반면 아베 총리는 한국에 있는 28시간 동안 자국민만 만나며 일정을 최소화했다. 두 정상의 동선을 살펴보면 최근 한국과 중국, 한국과 일본이 어떤 관계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 리 총리, 한국민 교류에 집중
리 총리는 지난달 31일 한중 정상회담과 공식 만찬에 참석한 뒤 1일 국회를 방문했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면담한 뒤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국 관광의 해’ 폐막식에 참석했다. 이어 경제 4단체장이 주최하는 오찬에도 참석했다. ‘공식방문’인 경우 박근혜 대통령과의 오·만찬과 함께 경제 4단체장 오찬까지 포함되는 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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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 총리, 상대적으로 조용한 일정
반면 아베 총리는 한중일 정상회의와 한일, 중일 정상회담 등 공식 일정 외에 별다른 일정을 잡지 않았다. 2일 한일 정상회담을 한 뒤 수행원들과 ‘오찬’을 하고, 주한 일본대사관 직원들을 만나 격려하는 게 전부다. 당초 검토했던 일본인 운영 요리교실이나 음식점, 일본인 학교 방문과 별도의 공식 기자회견은 검토했다가 취소했다. 서울 시내를 다니다가 자칫 아베 총리를 비판하는 시위대를 만나 불미스러운 일을 당할 수 있어 이를 고려한 일정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아베 총리가 한국을 방문하기는 2012년 12월 두 번째 총리 임기를 시작한 후 처음이다. 2006년 처음 집권했을 때는 취임 13일 만에 방한해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에 9년 전 방한 때와 달리 부인인 아키에(昭惠) 여사가 동행하지 않았다. 그 대신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관방 부장관이 수행했다. 하기우다 부장관은 지난해 고노 담화에 대해 “역할이 끝났다”고 주장하는 등 대표적인 우익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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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한일 정상회담, 낙관도 비관도 없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은 2일 오전 10시 10분부터 청와대에서 열린다. 30분간 두 정상이 단독회담을 먼저 한 뒤 확대정상회담이 1시간 정도 이어질 예정이다. 앞서 한국 정부가 오찬 없이 30분간 회담을 제안해 일본 정부가 불만을 표시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를 의식한 것이다. 한중 정상회담을 단독과 확대 구분 없이 100분간 한 것도 한일 정상회담 시간 변경에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아베 총리는 1일 오전 출국하기 직전 일본 기자들과 만나 “일한(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이 되는 해에 (박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하게 된 만큼 의미 있는 회담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아베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진전된 해법을 내놓을지, 기존 발언을 되풀이할지가 한일 관계 개선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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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일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은 1일 한일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했다. 일본 외무성 간부는 요미우리신문에 “양국의 현안을 포함한 다양한 의제에 대해 솔직한 논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안부 문제 등 의제에 대한 최종 조정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박민혁 mhpark@donga.com·윤완준 기자 / 도쿄=배극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