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 사회부장
두 달이란 시간이 길다 하면 길고 짧다 하면 짧겠지만, 어제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 추천위원회가 구성되면서 12월 1일부로 2년 임기를 마치는 김 총장은 하산길의 막바지에 접어든 상황이다.
차기 검찰총장은 그렇다 치고, 차차기 검찰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말과 맞물리면서 미묘한 시점에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차기 검찰총장이 정상적으로 2년 임기를 채운다면 차차기 검찰총장은 다음 대통령선거전이 한창 고조될 즈음인 2017년 12월 초에 임기를 시작하게 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새 정권이 탄생하면 으레 직전 정권에 대한 사정 수사가 되풀이되는 우리 정치 현실에서 정권 교체기의 검찰총장들은 대부분 제 명을 다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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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1987년 헌법 개정 때 대통령 임기를 5년으로 정하면서 예견됐던 일이다. 어느 정권이 들어서느냐에 상관없이 독립적이고 중립적으로 사법권을 행사하라는 취지에서 대통령은 5년 단위로, 사법부는 6년 단위로 수장의 임기를 정해 놓으면서 임기의 불일치 현상이 생기는 탓이다. 물론 사법부가 정치색이 강한 집단은 아니기 때문에 정권과 큰 마찰은 피해 나갈 개연성이 높다. 하지만 여야 간에 정권 교체가 이뤄지고 이전 정권에 의해 지휘부가 구성된 사법부가 차기 정권의 주요 정책마다 위헌 결정이나 부당한 법 집행이라는 판결로 사사건건 비토를 놓는 극단적인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 순전히 상상이길 바라는 일이지만 한국 정치사에서 볼 수 없었던, 말 그대로 행정부와 사법부가 충돌해 나라가 거덜 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역대 정권마다 임기 말이 닥치면 다음 정권이 쉽게 건드리지 못하도록 이른바 ‘대못질’ 인사를 하고, 예산도 미리 듬뿍 반영해놓는 ‘대못질’ 정책을 펴곤 했다. 그러다 보니 차기 정권도 임기 중인 수장들을 어떻게든 흔들어서 몰아내려는 유혹에 빠졌고 실제로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그런 비정상의 관행을 깨기 위해선 박 대통령부터 정권에 대한 충성심을 따지는 인사가 아니라, 차기 정권도 흔들고 싶지 않을 만한 인사들을 지명하는 진짜 ‘대못질’ 인사를 해야 한다. 그런 원칙은 이번 차기 검찰총장 인사부터 적용돼야 한다.
김정훈 사회부장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