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출신 신자들 소리 새나갈까봐 숨죽여 찬송… 北-中 단속협공에 이름 대신 ‘평1’ ‘사1’ 불러
북한과 중국 접경지역에 있는 한 교회에서 신도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벽에 걸린 십자가 밑에 ‘복음의 증인으로 살자. 조국을 위해 울라’라는 글이 적혀 있다. 북-중 접경지역=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그런데 올가을 권력교체를 앞둔 중국이 거주 외국인 단속을 강화하면서 비밀리에 운영되고 있는 한국계 지하교회가 공안당국의 타깃이 되고 있다. 특히 이들 지하교회는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탈북자 관리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의 위협에도 노출돼 있다. 북-중 양측의 협공을 받고 있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최근 두만강 인근의 접경지역에서 활동 중인 지하교회를 르포했다.
○ 떨고 있는 지하교회 내 탈북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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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경지역 지하교회는 보통 선교사 한 명이 2, 3명을 관리한다. 이곳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컸다. 신자들은 40대부터 60대까지 남성과 여성이 섞여 있었다. 허름한 집을 빌려 사용하는 것이다. 일부는 탈북자이고 일부는 3개월짜리 친지방문 비자로 중국에 건너와 기독교를 접한 뒤 체류기간을 넘긴 채 이곳에 거주하는 북한 주민들이다.
체류자들은 새벽기도로 시작해 오전 예배, 오후 성경공부, 저녁 예배 등으로 하루를 보낸다. 방 두 칸에 화장실이 하나 딸린 집 안에서 하루 종일 지낸다. 한 탈북자는 “요즘은 북한 보위부 요원들까지 중국에 건너와 시내를 뒤지고 다니기 때문에 밖에 나갈 엄두를 못 낸다”고 말했다.
서로 본명을 부르지 않는 것도 혹시 잡혀갈 경우 동료 이름을 발설할까 두려워서다. 평양 출신을 ‘평1(평양 1번)’ ‘평2(평양 2번)’로 호칭하는 식이다. 최 목사도 그냥 ‘선생님’으로 불렸다.
이곳 생활은 전적으로 한국의 기독교단체에서 주는 지원금에 의존한다. 항상 돈에 쪼들릴 수밖에 없다. 임차료는 월 800위안(약 15만 원) 정도이며 200위안가량의 전기료와 수도요금이 추가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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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선교사 400명 이상 쫓겨나”
탈북자들만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게 아니다. 선교사들도 안전 문제 때문에 촉각이 곤두서 있다. 최 목사도 외부와의 통화를 자제한다. 도청 때문이다. e메일도 해킹 우려 때문에 자제하고 있다.
최근 단둥(丹東)에서는 수년간 문화단체를 운영하던 한 선교사가 비자가 취소돼 사실상 한국으로 추방됐으며 2년 전 탈북자를 도와줬다는 이유로 거액의 벌금을 내고 귀국 조치된 사례도 있다. 한국 정부의 한 소식통은 “올해 들어 탈북자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공론화된 이후 중국이 단속을 강화해 선교사 400∼500명이 쫓겨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직접적인 단속도 두렵지만 더 무서운 건 중국 정부가 자신들의 법망을 벗어난 외국인에 대해서는 보호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 선교사는 “북한이 중국 내 일반 외국인에 대해서는 중국의 눈치 때문에 테러를 하지 못하지만 이 외국인이 중국 법률을 위배한 경우에는 예외”라고 말했다. 선교사 사회에서는 지난해 단둥에서 사망한 40대 남자 선교사도 북한이 이 같은 점을 알고 독침으로 살해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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