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을 만나다’ 잉골프 분더 연주회 ★★★★☆
첫 한국 무대에서 싱싱하고 개성 넘치는 쇼팽을 들려준 피아니스트 잉골프 분더. 세종문화회관 제공
11일 연주회에서 분더가 보여준 놀라운 피아니즘은 두고두고 화제가 될 만하다. 폴란드 로열 현악 4중주단이 감각적인 드뷔시 현악 4중주 g단조를 연주한 뒤, 리스트의 ‘밤의 선율’을 연주한 분더는 첫 울림부터 귀족적인 음색과 또렷한 터치로 청중을 감탄케 했다. 그 다음 연주한 쇼팽의 ‘안단테 스피아나토와 그랜드 폴로네즈’는 분더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작품이다. 전체적으로 템포의 변화를 억제하고 수직적 구조와 악절 사이의 균형을 중시하는 그의 연주에서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이나 그의 스승인 아담 하라시에비치, 이그나즈 프리에드만과 같은 폴란드 출신의 비르투오소(명연주가)들이 보여준 고전적인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었다. 안정된 상체와 살짝 굽어있는 손 모양, 문지르듯 터치하는 손가락 각도와 적절히 안으로 접히는 새끼손가락, 감각적이며 순발력 있는 페달 사용 등이 만들어낸 개성 넘치는 명인기가 ‘소리 없는 아우성’을 펼쳐낸 명장면이었다.
2부의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과연 이 작품을 현악 4중주 버전으로 연주회장에서 감상할 기회가 또 있을까. 실내악 반주는 쇼팽이 활동하던 당시 프랑스 파리의 살롱에서 가졌을 법한 정겨운 분위기와 디테일한 표현력을 살려주었기에 오케스트라 버전보다 훨씬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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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성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