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개혁’ 교황 주문에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 평의회 부의장 반박 회견
마리노 무리요 쿠바 국가평의회 부의장은 27일 수도 아바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쿠바에서 정치적 개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26일 쿠바를 방문한 교황이 야외 미사를 집전하면서 쿠바가 ‘새롭고 개방적인 사회’가 되길 기원한 것을 비롯해 쿠바의 정치적 변화를 요구한 것에 대한 답변이다.
무리요 부의장은 “우리는 정치개혁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은 뒤 “쿠바는 경제 모델을 계속 보완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무리요 부의장은 쿠바의 경제 정책을 담당하고 있다. 그의 말처럼 쿠바는 지난 수년간 피자가게 같은 소규모 개인기업을 허용하고, 부동산이나 자동차 구매를 용인하는 등 경제적으로 점진적 변화를 보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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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토 16세의 이번 쿠바 방문은 과거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1979년 폴란드 방문이 동유럽권 민주화의 씨앗을 뿌렸듯이 쿠바에도 ‘민주화의 봄’을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번 방문으로 ‘쿠바의 봄’이라는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요한 바오로 2세의 1998년 쿠바 방문은 크리스마스 공휴일 지정 등 일부 변화를 가져왔지만 대부분 경제적이거나 종교적 개방에 관한 것들이었다.
베네딕토 16세는 28일 아바나의 혁명광장에서 수십만 명의 시민이 참석한 대규모 야외 미사를 집전하며 3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날 미사에는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도 참석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