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남 대한상공회의소 조사2본부장 규제개혁추진단 부단장
우리나라는 채권 회수(2위), 국제교역(4위), 퇴출(13위) 등의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특히 창업, 세금 납부, 자금조달 부문이 크게 향상됐다. 창업 부문은 작년 60위에서 올해 24위로, 세금 납부와 자금 조달은 각각 49위에서 38위로, 15위에서 8위로 상승했다.
특히 창업 순위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은 집권 초기부터 일자리 창출을 위해 창업, 공장 신증설 등 투자 확대를 지원해온 결과라고 본다. 과거 법인 설립 때 세무서 등 7개 기관을 직접 방문해 8단계 절차를 거쳤지만 온라인 재택창업 시스템을 구축해 창업 절차와 기간을 대폭 단축했다. 최저자본금(5000만 원), 채권 매입의무(자본금의 0.1%) 등도 폐지했다. 실제 신설법인 수를 보면 참여정부 시절 연평균 5만1000개 수준에서 작년 6만 개를 넘어섰다. 세금 납부에서는 지방세목 통합, 4대 보험 통합징수로 연간 납부 횟수와 소요시간을 줄였다.
하지만 이번 평가에서도 재산권 등록(71위), 투자자 보호(79위) 등에서 형편없는 평가를 받은 점에 주목해야 한다. 재산권 등록상 부동산등기 등 절차가 복잡하고 소관기관이 다수에 걸쳐 있는 문제가 있으며 투자자나 주주 이익 보호는 세계경제포럼(WEF) 등의 세계경쟁력 평가에서도 취약점으로 계속 지적받고 있다. 외국자본 유치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개선이 시급하다.
평가에 반영되지 않은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내년으로 예정됐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계획이 최근 철회됐다. 기업의 국제경쟁력과 외국자본 유치에 불리한 만큼 원래 계획대로 인하해야 한다.
또 세계은행 평가가 주로 창업에서 퇴출까지 기업활동 단계상의 행정절차와 비용 중심의 평가라는 한계도 있다. 노동시장 유연성이나 노사관계 선진화, 각종 진입장벽 철폐 등은 이해당사자 간 갈등을 조정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꼭 개선해야 한다.
이처럼 해외 기관의 긍정적인 평가가 그대로 국내 기업 현장의 체감도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 규제 완화나 기업 환경 개선에 대한 우리 기업들의 평가는 꾸준히 호전되고 있지만 기대보다는 속도가 더디다. 정부도 중앙의 제도 변화나 법령 정비 등이 지방정부에 반영되는 비율이 낮은 것이 한 원인이라고 보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다.
박종남 대한상공회의소 조사2본부장 규제개혁추진단 부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