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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서도 부탁해” 신경숙 ‘엄마를…’ 한달새 3쇄

입력 | 2011-10-20 03:00:00

도쿄 독자만남 행사 성황 “한국문학 불모지서 선전”




18일 도쿄 ‘갤러리 쿄’에서 신경숙 씨가 일본 독자들에게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명랑하고 즐거운 이들을 위해서라기보다 슬프고 어려운 사람을 생각하며 글을 씁니다. 제가 고통스러울 때 문학작품이 힘이 돼준 것처럼 저도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요.”

18일 오후 8시 일본 도쿄 세타가야(世田谷) 구의 ‘갤러리 쿄’에서 열린 신경숙 작가와 일본 독자의 만남. 66m²(약 20평) 남짓한 갤러리에 빼곡히 들어찬 50여 명의 일본인은 신 씨의 한마디 한마디에 푹 빠져들었다. 지난달 16일 ‘엄마를 부탁해’ 일본어판을 펴낸 출판사 슈에이샤(集英社)의 주최로 열린 행사다.

“시골에 살다 서울로 전학 간 사춘기 고교생이 느껴야 했던 도시가 주는 거리감은 몹시 아픈 상처였어요.”

그는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멀리 있고 마음 붙일 곳이 없던 그에게 소설은 유일한 탈출구였다”고 했다. 신 씨는 “현대인이 되기 위해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며 “균형을 잃은 세계가 균형을 되찾을 수 있는 조그만 추가 되고 싶다”고 했다. 차분한 그의 설명에 일본 독자들은 때로는 웃고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엄마를 부탁해’ 일본어판은 출판 1개월 만에 3쇄를 찍어내 1만3000부가 팔리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본이라는 특수성을 생각하면 놀라운 성과다. 일본은 한국문학의 불모지라고 할 만큼 한국 문학작품이 뿌리 내리기 힘든 나라다.

이와모토 노부토(岩本暢人) 슈에이샤 번역서 편집장은 “그동안 많이 팔린 한국 작품이 3000여 권에 머물렀던 것에 비하면 한국 현대소설이 이 정도 팔린 것은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신 씨 역시 ‘엄마를 부탁해’가 일본에서 한국문학의 돌파구가 돼야 한다는 부담에 어깨가 무거운 듯했다. 그는 독자와의 대담을 마친 후 한국 기자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일본 독자들은 외국 번역문학에 입맛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면서 “일본 독자들이 한국문학을 접하는 조그만 창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