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심 ‘오바마 잘못된 길 가고있다’ 경고”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흔들의자에 앉아 시종 편안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한 풀너 이사장은 “이번 선거에 공화당이 승리했다고 해서 미국 국민이 공화당에 백지 위임을 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연방정부는 가장 중심적이고 고유한 역할인 미국을 보호하고 미국인의 안전을 지켜내며 자유시장경제의 원활한 기능을 지켜내는 역할에 머물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헤리티지 재단은 2011년 새롭게 임기를 시작하는 신임 하원의원을 중심으로 80여 명의 현역 의원을 초청해 대규모 세미나를 계획 중이다.
―이번 중간선거를 통해 나타난 민심은 무엇인가.
광고 로드중
―공화당에도 던져진 메시지가 있을 것 같은데….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원에서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원과 백악관의 주인은 민주당이다. 공화당이 국정운영의 책임을 지게 된 것도 아니다. 평범한 시민들이 느끼기에 공화당이 제시한 생각이 더 사리에 맞고 그 정책이 더 합리적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지지한 것이다. 현재 하원을 이끌게 된 공화당이 추진한 정책 방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2년 후 다시 새로운 심판을 할 수 있다. 그 점에서 유권자들의 뜻은 신성하고 중요한 것이다.”
―이번 선거를 관통한 테마 중 하나는 기성 정치권력에 대한 불신과 분노인데….
“미국 시민들은 워싱턴으로 대표되는 현재의 정치권력이 자신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지 않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화가 나고 좌절한 것이다. 워싱턴은 스스로의 이익에 맞춰 행동했고 극히 소수의 대변자처럼 운영돼 왔다. 국민 대다수의 이익과 행복을 위한 정부가 되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주요 여론기관 조사를 보면 미국의 주류 이념은 단연 보수주의다. 하지만 그 다수를 차지하는 보수주의자들과 그들이 가진 보수주의적인 생각이 지난 2년 동안 철저하게 무시당해 왔다는 것에 화가 난 것이다.”
광고 로드중
“이번 선거의 승리는 풀뿌리 운동의 승리라고도 규정하고 싶다. 적극적인 정치과정에 대한 참여는 새로운 시민운동을 매우 생명력 있고 강인한 것으로 만들었다. 티파티는 당장 정당조직으로 발전하지는 않겠지만 차기 대통령 선거에서도 영향을 발휘할 지속가능한 움직임이다. △제한된 정부 △강력한 국가안보정책 △개인의 자유와 전통적인 가치의 존중 등에 이르기까지 보수주의 운동과 근본적인 가치와 신념을 공유하고 있다.”
―새로운 하원의장으로 유력한 존 베이너 공화당 원내대표는 어떤 사람인가.
“개인적으로 잘 안다. 잘 듣는 사람이다. 소상공인으로 미국 중부의 가장 평범한 대가족 출신의 사람이기도 하다. 박사학위도 없고 지적인 오만도 없으며 젠체하지도 않는다.”
―베이너 대표가 승리선언 연설에서 울먹였는데….
광고 로드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타결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한미 FTA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합의한 것이고 공화당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과 지난 두 차례의 회담에서 약속한 것처럼 의회비준을 위한 진정한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국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지만 무엇보다도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도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일이고 비준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미국은 한국 시장은 물론이고 아시아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크게 축소될 것이다. 유럽연합(EU)과 중국 등이 한국 시장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확대하려는 적극적인 움직임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른바 레임덕 회기인데 비준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쉽지는 않다고 본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로 생긴 상처를 좀 치유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할 것이다. 당장 펠로시 의장이 소수당의 하원원내대표로 지도부에 남겠다고 선언하면서 민주당 내 내분의 골도 깊어질 것이다.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고 당을 정비하는 작업에 우선순위가 있을 것이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G20의 성공은 물론 한국과 한국인들에게 달려 있는 것이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자신들의 미래에 좀 더 확신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한국을 100번도 더 다녀 보고 역대 대통령 6명과 모두 다 친하게 지냈다. 한국인의 잠재력은 무한한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다른 나라 국민 중 제일 지혜롭고 뛰어난 사람들이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 에드윈 풀너
△1941년 일리노이 주 시카고 출생
△1963년 레지스대 영문과 학사
△에든버러대 정치학 박사
△1977년 헤리티지재단 이사장
△2005년 깅리치-미첼 미국의회 유엔개혁 TF팀
△주요 저서: 자유의 행진(1998), 지식의 순례자(1999), 미
국을 위한 리더십(2000), 미국을 바로잡다(2006) 등 다수
△주요 상훈: 대통령 시민메달(1989·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
령), 워싱턴에서 가장 힘 있는 인사 50인(2007·GQ 매거진),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보수인사 100인(2007·영국
텔레그래프), 한미수교훈장 광화장(2002·김대중 전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