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북 ‘햇볕파’ 명예이사장과 갈등하던 ‘원칙파’ 現회장 내달 전격 사퇴
그레그 명예이사장 잦은 ‘제동’
리비어 회장 “이런식이면 곤란”
후임 선정기준 ‘인적 화합’ 강조
마크 민턴-찰스 카트먼 등 거론
2007년 2월부터 미국 내 대표적인 친한(親韓)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를 이끌어 온 에번스 리비어 회장이 4월 말 전격 퇴임한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24일 “3년 임기를 마친 뒤 3개월의 임기연장을 한 리비어 회장이 곧 공식 사퇴의사를 밝힐 것으로 안다”며 “후임으로는 마크 민턴 전 주한 미국부대사와 찰스 카트먼 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총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고 밝혔다.
○위기의 코리아소사이어티
리비어 회장의 퇴임은 외견상 임기만료에 따른 자연스러운 절차로 보이지만 실상은 사뭇 다르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2007년 리비어 회장에게 회장 자리를 넘겨주기 전까지 15년 동안 코리아소사이어티의 이사장 겸 회장으로 활동해 온 도널드 그레그 명예이사장과 리비어 회장의 갈등이 가장 큰 요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레그 명예이사장은 프레더릭 캐리어 수석부회장을 통해 리비어 회장의 업무추진 방향에 수차례 제동을 걸었고, 리비어 회장도 “사람을 데려다 놓고 이런 식으로 하면 곤란하지 않으냐”며 불만을 토로했다는 것. 결국 지난해 10월 캐리어 부회장이 ‘자의 반 타의 반’ 물러났고 코리아소사이어티는 허버드 전 대사를 이사장으로 영입해 내부를 추스르려 했지만 결국 리비어 회장 역시 사임하게 됐다.
○북한 시각이 갈등 요인
리비어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 이후 북한을 대하는 방식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속적으로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달라진 게임의 룰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북한은 근본적인 행동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리아소사이어티 내부에서도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 발전에 기여한 부분은 분명히 평가받아야 하지만 북한을 국제사회로 이끌어 내는 방법론에 대해서는 원칙에 입각한 방식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금확보 경로 다양화 모색
심각한 내홍(內訌)을 경험한 코리아소사이어티는 후임 회장 선정의 기준으로 인적 화합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턴 전 부대사, 카트먼 전 사무총장 외에 웬디 셔먼 전 대북정책조정관, 딕 크리스텐슨 전 주한 미국부대사 등 다양한 인사를 인터뷰했고 최종 후보로는 앞의 두 사람이 선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허버드 이사장은 최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정관계 주요 인사들에게 코리아소사이어티의 새로운 운영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회장 선정과 관련한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외교통상부 산하 국제교류재단과 한국의 주요 기업에 의존해 오던 기금 확보의 경로를 다양화해 미국 기업들로부터도 모금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