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 ‘외국인 지방참정권’ 추진‘우애사회 건설-과거사 정리위해 필요’ 판단한듯우익세력 반대 거세… 법안 조기처리는 불투명
민주당 정부와 하토야마 총리에게 이 문제는 스스로 내세우고 있는 정치철학은 물론이고 외교방침과도 직결된다. 하토야마 총리가 표방하고 있는 우애사회 건설, 아시아 중시 외교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특히 재일동포의 지방참정권 문제는 한일 과거사 정리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다른 외국인과 달리 재일동포는 일제 식민지 지배로 일본에 강제 거주하게 된 특수한 역사적 배경이 있다는 걸 민주당 정부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과거 역사를 직시할 용기를 갖고 있다”는 하토야마 총리의 발언은 이 문제도 의식한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영주외국인의 지방참정권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아시아 중시 외교는 물론이고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의 실질적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양날의 칼이다. 민주당이 8·30 총선 정책집에서 영주외국인의 지방참정권 추진 방침을 밝히면서도 정작 공약집에서 뺀 것은 이 문제의 민감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적지 않은 우익세력은 “일본 정치를 왜 외국인 손에 맡겨야 하느냐”는 논리로 반대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목소리가 큰 우익들을 잘못 자극했다간 득보다 실이 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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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에서 우까지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갖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도 두 갈래로 나눠져 있다. 지난해 1월 30일 동시에 발족한 민주당 내 ‘찬성 모임’과 ‘반대 모임’에는 각각 65명과 21명의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조만간 논쟁이 불붙으면 두 모임이 세력 대결을 펼칠 것으로 전망되지만 대체로 민주당 내 여론은 3분의 2 정도가 찬성, 3분의 1 정도가 반대인 것으로 분석된다. 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토야마 총리와 오자와 간사장, 간 나오토(菅直人) 부총리 겸 국가전략상,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 지바 게이코(千葉景子) 법무상 등 정권 지도부가 대부분 찬성 쪽이라는 점이다.
정권 핵심 인사들이 한목소리로 내년 1∼6월 열리는 정기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뜻을 밝히고 있는 이상 일단 관련 법안은 내년 초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안 처리는 7월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선거 전에는 가능한 한 민감한 안건을 처리하지 않으려는 게 민주당 지도부의 방침이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