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개조해 특정업체 밀어주고 억대 수뢰
로또 복권 추첨 방식과 비슷하게 탁구공을 뽑아 감리업체를 선정하던 공무원이 추첨기(사진)를 개조해 특정 업체를 밀어준뒤 2억8000만 원의 뇌물을 받았다가 적발됐다.
의정부지검 형사5부는 30일 전 남양주시청 7급 성모(45) 씨, 울산시청 7급 김모(38) 씨 등 전현직 공무원 2명과 김모(48), 성모(47) 씨 등 감리업체 임원 3명을 뇌물수수와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전직 공무원 성 씨는 예정 가격이 적혀 있는 탁구공이 추첨기에서 무작위로 나오도록 돼 있는 점을 알고 2006년 4월 추첨기계를 조작해 특정 감리업체를 밀어주고 그 대가로 1억 원을 요구해 7500만 원을 받은 혐의다. 탁구공에 작은 금속을 붙이고 추첨기에 자력을 발생시켜 그 탁구공이 뽑히게 만들었던 것.
탁구공은 15개가 투입되며 각각의 공에는 예정가격이 적혀 있다. 이 중 4개가 뽑혀 그 평균가격에 가장 근접한 액수를 써낸 감리업체가 선정되는 방식이다. 어떤 공이 뽑히는지 미리 알면 평균 금액을 맞힐 수 있기 때문에 추첨기 조작은 업체 선정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지난해 8월에는 성 씨 자신이 2500만 원을 들여 추첨기 내부에 비밀 통로를 만들고 리모컨으로 조작할 수 있게 고친 뒤 미리 기계 내부에 숨겨둔 탁구공이 뽑히도록 해 또 다른 감리업체로부터 5000만 원을 받았다.
성 씨는 또 선정된 감리업체 임원을 불러 “감리사 배치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협박한 뒤 내연녀를 통해 쇼핑백에 든 돈을 받는 등 1억5000여만 원을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아파트 3채와 3만 m²의 땅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그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내연녀와 유럽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함께 구속된 울산시청 김 씨는 감리업체에 “돈을 주지 않으면 후순위 업체로 바꾸겠다”고 협박해 7000만 원을 뜯어낸 것으로 밝혀졌다.
의정부=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