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 권력 핵심층 -기업가들 난감
각국 외교단도 “어느쪽에 줄을 대나”
■ 러시아 양두정치시대 딜레마
러시아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 당선인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함께 국정을 이끄는 양두정치 시대가 열림에 따라 누가 실질적인 최고 권력을 쥐게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후계자인 메드베데프 당선인은 5월 7일 대통령에 취임한 뒤 푸틴 현 대통령을 총리로 임명할 예정이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두 지도자가 동시에 행정부에서 집무하는 초유의 시대를 맞아 크렘린 권력 핵심층 인사들이 ‘누구 편에서 일해야 할지’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크렘린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기업가들도 푸틴 현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차기 대통령의 인맥 가운데 어디에 줄을 댈지 난감한 상황이다.
모스크바에 파견된 각국 외교단도 5월 7일 이후 전현직 국가원수 가운데 누가 의전 우선순위를 가지며 최종 결재 라인에 있게 될지 알 수 없어 사태를 관망 중이다.
메드베데프 당선인은 2일 밤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콘서트 공연장에 나와 “푸틴 대통령의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헌법상 최고 권력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거듭 강조해왔다.
그러나 집권 8년간 러시아를 연간 7∼8%의 고속 성장 궤도에 올려놓은 푸틴 대통령이 ‘크렘린의 2인자’에 만족할 것으로 예측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러시아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권력 배분 방식은 크게 세 가지. 첫째는 푸틴 대통령이 총리가 된 뒤에도 지금처럼 최고 권력을 유지하는 시나리오다. 모스크바 정치평론가 나탈리야 바바예바 씨는 “최고 권력이 총리에게 넘어갈 경우 현재의 크렘린 핵심 인사들이 새 대통령을 어느 수준에서 예우할 것인가가 문제”라고 말했다.
둘째는 전현직 대통령이 동등한 권력을 행사하는 경우다. 그러나 러시아 헌법상 이런 권력 양분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헌법학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바바예바 씨는 “러시아 정치는 제도보다는 지도자 개인의 리더십에 좌우되어 왔다”며 “두 지도자가 절묘한 방식으로 역할을 나눠 상하 및 수평관계를 형성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