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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방송 내달부터 허용]방송委 ‘지상파 키우기’ 로드맵 짰나

입력 | 2005-11-10 03:02:00


방송위원회(위원장 노성대·盧成大)의 KBS MBC SBS 등 지상파TV 편들기에 ‘로드맵’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방송위는 9일 지상파TV의 낮방송을 허용키로 결정한 데 이어 지상파TV의 광고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도 내년 3월까지 결정할 방침이다. 이러한 일정은 현 방송위원들의 임기 마감이 내년 5월 9일이라는 것과 맞물려 있다.

▽재방송 규제 없이 낮방송 허용=방송위는 9일 전체회의를 열어 12월 1일부터 지상파TV의 평일 낮방송(낮 12시∼오후 4시)을 허용하기로 했다. 또 운용 결과를 보고 심야 시간(오전 1∼6시) 방송 역시 단계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방송’에 대한 규제 조항을 두지 않아 낮방송이 재방송용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오락프로그램 편성비율을 총 방송시간의 50%로만 제한하고 시간대별로 규정하지 않아 낮시간대에 시청률이 낮은 교양 프로그램을 주로 편성하고 광고 판매율이 높은 저녁 시간대에 오락 프로그램을 늘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광고 규제 정책 재설정=방송계에서는 낮방송 허용이 지상파TV 광고 규제 완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관측한다. 방송위는 최근 방송광고 정책에 대해 김봉현(金奉顯·광고학과) 동국대 교수와 서범석(徐範錫·광고홍보학과) 세명대 교수에게 용역을 줘 12월까지 보고서를 내도록 했다. 두 교수는 그동안 간접광고 완화와 미디어렙 및 광고총량제 도입에 찬성하는 측이었기 때문에 보고서 역시 규제 완화의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방송위 김정태 정책2부장은 “보고서를 바탕으로 공청회 등을 실시해 내년 3월까지 방송광고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만을 위한 방송위?=이 같은 방송위의 정책은 신문 잡지 등 인쇄매체, 케이블TV, 인터넷 등 지상파 방송과 경쟁관계에 있는 매체들의 발전을 저해하고 공영방송의 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원세(朴源世) 케이블TV방송협회 부회장은 “지상파TV 대 케이블TV의 시청 점유율은 6 대 4지만 광고 점유율은 8 대 2 수준”이라며 “지상파 광고 규제를 완화하면 지상파 광고 독과점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근(黃懃·신문방송학과) 선문대 교수는 “근본적으로 지상파TV가 구조조정 없이 광고 수입 증대를 통해 현 경영난을 돌파하겠다는 발상이 문제”라며 “KBS MBC 등 공영방송의 위상을 확립하지 않고 광고 정책만 풀어 준다면 모든 방송이 상업방송으로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