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인간이 오고 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엮음/궁리 펴냄▼
‘맞춤배양한 인공 간, 심장의 시대가 열린다’ ‘시험관 자궁이 현실화된다’
이 책에 담긴 이런 주장들은 사실 과학에 관심이 깊은 독자에게는 전혀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이미 과학발전상을 예견한 많은 글들이 이런 내용을 거론해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차별성을 갖는 것은 바로 그 ‘미래’를 현실화하고 있는 각 부문 현장과학자들이 필자로 참여했다는 점 때문이다. 덕분에 실현가능한 미래상이 근접 촬영됐고 첨단의 연구현황,누가 그 분야의 선두주자인가도 속속 드러난다.
책을 엮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Scientific American)’의 신뢰도도 책에 무게를 더한다. 1845년8월 창간된 미국의 대표적 월간 과학잡지로서 새 밀레니엄을 앞둔 99년말 특별판으로 이 책을 기획했던 것.
필자들과 편집자들이 다가오는 진보의 핵심으로 꼽는 것은 ‘생체공학(Bionics)’이다. 생물학과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초미소 전자공학)의 결합이 ‘바이오닉스’의 붐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또 아무리 냉정하게 평가해도 앞으로 10년이내에 △복제인간 △인공자궁 △이식받을 당사자의 배아 줄기세포(분화하기 전의 세포를 일컫는 말)에서 맞춤 배양한 대체 심장과 간 △기존의 시각 청각에 후각 촉각까지 추가된 가상현실 △당뇨병 콜레라 동맥경화증 B형간염등을 예방하는 하이테크 식품 △단단한 근육을 만들 수 있는 유전자 백신 △구매자의 신체에 관한 상세한 스캔자료를 통해 제작되는 맞춤복 등은 충분히 현실화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착용자의 호흡상태와 근육 긴장도를 측정하는 컴퓨터 내장 브래지어 등 18개 장으로 구성된 주제들이 저마다 흥미롭지만 아무래도 초미의 관심사는 인공장기-인공자궁-인간복제로 연결되는 ‘인간복제’프로그램의 현실화 가능성이 아닐 수 없다.
인공장기는 인간 몸의 모든 세포를 발생시킬 수 있는 원료,즉 ‘배아 줄기세포’로부터 비롯된다. 생식과정을 거치지 않고도 연골 뼈 근육과 신경계 상피조직들을 발생시켜 고장난 부속품을 채워넣듯 질병이 있는 장기를 대체한다는 것.
대체 장기 중 인공자궁이 중요한 것은 그것이 궁극적으로는 생식기술과 결합돼 배아(胚芽)단계에서도 성장이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 마지막은? ‘기업이 제조한 아기 세일’이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현재 연구성과를 내기에 바쁜 과학자들의 글이다보니 부작용에 대한 고민보다는 실현가능 여부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독자 스스로 “처음에는 인류의 비극을 막겠다는 취지로 시작되지만 그 다음에는 항상 선택된 일부 사람들을 위한 기술을 향해 나아간다”는 뉴욕시립대 바바라 캐츠 로스만교수(사회학)같은 이의 지적을 반추하며 ‘신세계의 흥분’으로부터 거리를 둘 필요도 있다. 인공장기 개발의 선두주자로 나섰다가 99년 예상되는 윤리적 문제를 인정하고 스스로 연구를 중단한 로저 페더슨 교수(캘리포니아 주립 샌프란시스코대)의 선언문은 이채롭다. 과학도서 전문번역가인 박진희 장석봉 표정훈 황현숙 옮김. 251쪽.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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