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지난 3월 말 이후 처음으로 어제 확대경제장관회의를 갖고 경제현안을 논의했다. 이는 두 가지의 의미를 갖는다. 하나는 임기가 끝나가는 김대통령이 극도의 혼란에 빠진 경제를 적극 추스르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또 하나는 대선을 앞두고 각종 정쟁(政爭)의 회오리에 휘말려 경제와 민생을 7개월이나 외면했음을 뜻한다. 이 기회에 정부는 경제회생(回生)이 대선 못지않게, 아니 훨씬 더 다급한 과제임을 명심하고 경제살리기에 주력하기 바란다. 싱가포르 대만 홍콩과 함께 아시아의 4룡(龍)으로 꼽히던 한국경제가 오늘의 곤경에 빠진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김영삼정부의 경제정책 실패 때문이다. 규제철폐나 금융개혁, 고비용 저효율구조 어느것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임기말을 맞았다. 기업인이 국내에서 사업할 의욕을 상실, 해외로 빠져 나가고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현실이다. 기업의 대량부도와 증시붕괴 외환혼란 해외신용도추락 등으로 금융시스템이 파행상태에 빠진 지 오래다. 금융기관에 돈이 넘쳐도 돌지를 않는다. 금리는 오르고 기업들은 자금난으로 부도공포에 떠는 상황이 연초이후 계속되고 있다. 정책이 갈팡질팡하니 기업들은 설비투자에 나설 수 없다. 무역적자 누적에다 환율불안까지 겹쳐 은행장들이 해외자금 차입에 나서지만 선뜻 돈을 빌려주려 하지 않는다. 이같은 총체적 경제난국을 위기로 보지 않는 정부에 문제가 있다. 강경식(姜慶植)부총리가 이끄는 경제팀의 잘못된 상황인식이 경제위기를 더욱 가중시켰음을 김대통령은 알아야 한다. 경제팀이 교과서적인 시장경제원리를 고집하며 위기상황에 신축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내놓는 정책마다 실기(失機)였고 사태를 호전시키기보다 악화시킨 경우가 더 많았다. 이런 상황을 장기간 방치한 김대통령도 책임이 크다. 특히 정권 임기말의 행정공백과 당정 협조체제의 실종, 리더십의 부재가 경제정책의 난맥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아(起亞)사태 수습과정만 보더라도 석달 이상을 끌면서 국민경제에 엄청난 부작용과 피해를 주고서야 법정관리를 선택하는 과오를 범했다. 어느 기업은 법정관리고 어느 기업은 화의(和議)로 가는 무원칙한 정책은 정부 불신만 초래했다. 엄정중립으로 대선을 공정하게 치르도록 하는 것이 김대통령의 큰 과제일 것이다. 그러나 경제를 살리고 민생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일이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김대통령은 넉달 정도 남은 임기중 최선을 다해 경제를 회생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간의 경제 실정(失政) 책임을 그나마 덜 수 있을 것이다. 부실경제를 다음 정권으로 넘겨 부담을 주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