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 국내 경제난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던 미국주재 한국계 은행들은 삼미사태가 터지자 자포자기한 표정들이다. 비상이 걸린 대부분의 은행지점장들은 19일 자금을 구하기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돈줄」을 찾아다녔으나 신통한 답을 듣지 못한 채 맥이 빠졌다. 한 은행지점장은 이날 뉴욕금융계에 삼미소식이 전해지자 자금공여를 약속했던 세 군데 외국은행이 일제히 취소를 해왔다고 전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하루하루를 넘겨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다른 한 지점장은 『서울 본점에 SOS를 쳤는데 그쪽(본점)의 답변이 「우리도 여력이 없으니 알아서 하라」는 것이었다』고 전하고 『은행의 파산을 보느니 차라리 내 자신이 어디로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미국 중앙은행)측은 한국계 은행에 대해 도산에 대비한 지시를 하면서 문서를 사용하지 않고 은행별로 회의를 통해 구두로만 그 내용을 전달했다. FRB측은 그 이유를 『한국계 은행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만 간략히 답변했다. 〈뉴욕〓이규민특파원〉 ▼ 일본 ▼ 삼미그룹의 부도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본주재 국내 은행들은 『당분간 조달 금리가 문제가 아니라 돈 자체를 어디서 구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도쿄(東京)에 나와있는 국내 금융기관들은 삼미사태가 발생하기 전부터 이미 극심한 자금난을 겪어 왔다. 한보사태로 한국계 은행에 대한 신용도가 떨어진데다 우리 은행들의 주요 자금조달원인 일본계 은행들이 연간 결산시점(3월말)을 앞두고 자금운용을 대폭 긴축하고 있기 때문. 더구나 삼미사태까지 터지자 일본금융계는 한국계 은행에 대해 평소보다 높은 금리를 요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대출액 축소, 대출경신 거부 등의 대응을 보이고 있다.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무엇보다도 일본 회계연도 결산일인 오는 31일까지 10여일간이 최대 고비』라며 『현재 분위기라면 상당수 은행들이 본점으로부터 긴급자금을 지원받지 않을 경우 「위험한 상황」에 빠질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일본의 중앙은행이 직접 한국계 금융기관의 경영문제에 대한 조사를 하거나 「확실한 자금확보」를 요구하고 나서지는 않고 있으나 사태가 더 심각해질 경우 개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동경〓권순활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