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에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집회가 7일까지 사흘째 이어졌다. 집회 초반에는 일부 참석자가 개표소를 봉쇄하고 오가는 인원들을 자체적으로 검문하는 등 긴장된 상황도 벌어졌지만 주말 동안에는 비교적 온건한 분위기에서 집회가 진행됐다.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정치적 구호를 배제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핸드볼경기장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본투표일인 3일 오후 10시까지 투표가 진행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투표함의 개표소가 마련된 곳이다. 집회는 투표함이 경기장으로 이송된 5일 오전부터 시작됐다. 당시 참가자들은 개표소를 사실상 봉쇄하고 드나드는 사람들을 붙잡아 신원을 확인하거나 이동을 통제했다. 이 과정에서 JTBC 취재진이 봉쇄된 출입구 대신 창문을 통해 나오다 일부 참가자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6일에는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자유와혁신 황교안 대표 등이 발언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주말을 맞아 20∼40대 시민들이 참석하면서 집회는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공원 한편의 잔디밭에는 돗자리와 캠핑 의자를 펴고 가족 단위로 모인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곳곳에는 “‘재선거’ ‘참정권 침해’ ‘애국가’만 외치고 다른 의견은 잠시 멈춰 달라” “어느 조직에도 속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재선거를 외쳐 나가겠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자신의 승용차를 의견 표명 수단으로 활용한 참가자도 있었다. 차량에는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다, 재선거하라’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차주 백승태 씨(24)는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 마커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세 살배기 딸과 함께 경기 구리시에서 온 김모 씨(37)는 “민주주의의 기본 수단인 투표권이 제한된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해 왔다”며 “보수와 진보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별도 주최 측 없이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은 초록색 박스테이프로 만든 화살표를 바닥에 붙여 이동 동선을 안내하고, 후원받은 생수와 음료를 나눠줬다.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6일 오후 10시 기준 올림픽공원 일대에 모인 인원은 3만 명이었다. 비슷한 시간 올림픽공원 KSPO 돔 등에서 K팝 공연이 열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5일 올림픽공원에 마련된 개표소를 항의 방문했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겨냥해 “투표함에 들어 있는 투표용지들이 정말 내가 찍은 것인지 믿을 수 없는 상황을 선관위가 스스로 자처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6·3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불법과 탈법은 한둘이 아니다”라며 “경찰 입회하에 철저하게 이송돼야 할 투표용지가 그 누구의 감시도 없이 쇼핑백, 지퍼백에 담겨 이송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어디서 나눠 왔는지도 모르는 일련번호 없는 투표용지에 손으로 번호를 적어넣었다”며 “이 또한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또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만으로도 이번 선거의 공정성은 완전히 훼손됐다”며 “투표용지가 부족했다고 선관위가 인정한 지역만 전국적으로 50곳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며 “참정권을 빼앗긴 국민이 얼마나 될지 가늠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