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달 22일 용산 개발 청사진을 제시하며 “용산에 유엔 AI(인공지능) 허브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는 유엔 산하 여러 기구에 흩어진 AI 기능을 한곳에 모으는 AI 허브의 한국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여당 후보로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사업을 유치해 AI 산업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것.
하지만 6·3 지방선거에서 AI 허브 공약을 내놓은 것은 정 후보만이 아니다. 민주당에선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와 박찬대 인천시장 후보, 박수현 충남도지사 후보가 AI 허브 유치를 공식 공약으로 내걸었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민경선 고양시장 후보 등이 같은 공약을 내놨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에서 하나의 국가기관·국책사업을 두고 같은 당 내에서도 서로 다른 지역에 유치하겠다고 약속하는 ‘제로섬(Zerosum) 공약’이 남발되고 있다. 지방선거가 공약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깜깜이 선거’로 흐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여야 지도부가 ‘내란 청산’, ‘독재 저지’ 등 진영 결집에만 집중하면서 정책선거에 무관심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에선 박동식 사천시장 후보, 한경호 진주시장 후보, 유명현 산청군수 후보가 ‘항공우주 집적도시’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와 김선민 거제시장 후보는 동시에 ‘가덕신공항 배후도시’ 조성을 약속했다.
이처럼 같은 당 내에서 중복된 공약들이 남발되고 있는 것은 당 차원에서 후보들의 공약에 대한 자체 검증과 교통정리가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실현 불가능한 공약 남발이 방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방선거가 중앙 정치에 지나치게 종속되면서 지역별로 차별화된 정책을 설계할 유인이 약해지고 있다”며 “여야 당 지도부 역시 전국 차원의 정책 조정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선 사전투표 하루 전 저녁에야 서울·울산시장, 부산 북갑 국회의원 선거 TV 토론회가 열리는 등 유권자들에게 역대급 ‘깜깜이 선거’로 흘렀다는 평가를 받는다. 후보들 간 합의가 불발돼 서울, 대구, 경기 등 지역에서 TV토론은 1회로 끝났다.
한편 3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29, 30일 치러진 6·3 지방선거 사전투표 투표율은 23.51%로 집계됐다. 4년 전 지방선거(20.62%)보다 2.89%포인트 오른 것으로 지방선거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다.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