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와 관련해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과 통화할 거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와 이야기할 것”이라고 20일 밝혔다. 1979년 미중 수교 이래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의식해 대만 총통과 통화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현실화되면 미중 관계에 상당한 파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과 만나 “나는 누구와도 이야기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상황이 잘 통제돼 있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도 매우 유익한 회담을 가졌다”며 “우리는 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3∼15일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논의했다.
외교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과 라이 총통의 통화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백악관도 언제 두 정상의 통화가 이뤄질지, 어떤 내용이 논의될지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1979년 미국과 중국이 수교한 이래 현직 미국 대통령과 대만 총통이 공식적으로 직접 소통한 사례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차이잉원(蔡英文) 당시 대만 총통과 통화했지만, 당시에는 대통령 당선인 시절이었다. 당시에도 중국 정부가 미국에 엄중한 항의를 제기하는 등 갈등을 빚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과 라이 총통의 통화가 성사될 경우 중국으로부터 큰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고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가 이날 전했다. 대만을 자국 영토로 간주하고 있는 중국 정부는 대만 정치지도자의 해외 순방은 물론 타국 정관계 인사와의 접촉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중 직후인 15일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산 무기를 대만에 추가 판매할지는 중국에 달려 있다며 “(대만에 무기 판매 여부가) 우리에게 ‘매우 좋은 협상 칩(very good negotiating chip)’”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누군가 ‘미국이 우리를 밀어주니 독립하자’라고 말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며 라이 총통을 겨냥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라이 총통과 대화하겠다고 나선 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중국과 대만을 동시에 압박하는 협상 카드로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모호하고 거래주의적인 접근이 오히려 중국의 전략적 오판 가능성을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미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CAP)는 “중국이 대만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이 허울뿐이라고 결론을 내릴 경우 군사 억지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철중 tnf@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