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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소리 시끄럽다” 초교 운동회도 막는 악성민원

“응원소리 시끄럽다” 초교 운동회도 막는 악성민원

Posted April. 25, 2026 09:43,   

Updated April. 25, 2026 09:43


23일 오전 10시 반경 서울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 야외 운동장에선 한창 운동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학생들은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고 스피커를 통해 응원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같은 시간 강남구에는 민원이 접수됐다. “고등학생 시험 기간인데 운동회 스피커의 소음이 너무 크다”는 내용이었다. 강남구 측은 “운동회가 이뤄지는 날에는 소음 민원이 몇 건씩 들어오곤 한다”고 전했다.

4, 5월을 맞아 초등학교 곳곳에서 운동회를 열고 있는 가운데 학교 인근에 거주하는 일부 주민들이 소음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전국에서 ‘학교 운동회’ 관련 내용으로 접수된 신고는 350건에 달했다.

천 의원실이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초등학교 6189곳 중 312곳이 교과 시간 외 축구나 야구 등 체육활동을 금지하고 있었다. 의원실 관계자는 “체육활동을 하다 다칠 경우 누가 책임질 것이냐는 민원이 제기될 수 있어 학교 측에서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부 학교에서는 운동회를 축소하기도 했다. 경기 수원시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몇 년 전부터는 소음 및 안전 사고 우려 민원으로 운동장이 아닌 강당에서 운동회를 진행하고 있다”며 “다음 달 진행되는 운동회도 강당에서 이뤄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학부모들은 불만을 표하기도 한다. 소음 민원이 제기됐던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의 학부모는 “아이는 운동회가 재밌었다고 하는데 학교가 민원 때문에 규모를 줄일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다른 학부모도 “학업에 절어 있던 아이들이 원 없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니 짠했다. 인생에서 보석 같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을 줄이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수학여행이나 수련회와 같은 숙박형 체험학습을 진행하는 학교도 줄어들고 있다. 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국 분회장 78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장체험학습 실태조사 결과 숙박형 체험학습을 운영했다는 학교는 절반 남짓한 53.4%로 조사됐다. 또 응답자의 89.6%는 “현장체험학습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교사 개인이 형사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민원과 그에 따른 책임에 대한 부담감으로 교육활동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23일 “교육부는 학교에서 체육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시도교육청과 함께 학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