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의 당사국인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에 들어간 가운데 17일 영국과 프랑스 주도로 호르무즈 해협 ‘항행의 자유’를 위한 화상 정상회의가 열렸다. 전쟁으로 마비된 해협의 안전한 통항과 종전 후 기뢰 제거 등 자유로운 항행 회복하기 위한 국제적 공조 논의가 첫발을 뗀 것이다.
이번 회의에는 공동 의장인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비롯해 독일, 이탈리아 등 약 40개국 정상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화상으로 참석했다. 한국과 일본 영국 프랑스 등은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 요구를 받고 응하지 않았으나, 휴전으로 군사적 충돌이 멈추자 국제 연대의 물꼬가 비로소 트였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원유의 61%를 이곳을 통해 들여오는 한국에는 생존이 걸린 문제다. 정부는 대체 공급처를 통해 원유는 석 달 이상, 나프타 등 석유화학 제품 핵심 원료는 한 달 이상 쓸 수 있는 물량을 급히 확보했다. 그럼에도 위기가 장기화하면 이걸로는 부족하다. 수출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는 치명타를 입고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라는 직격탄을 맞게 된다. 이러니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는 국익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중동사태가 촉발한 이런 ‘에너지 병목’ 위기를 우리 홀로 뚫을 수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미국과 이란은 종전 협상을 벌이면서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역봉쇄로 맞서고 있다. 현재 해협 안쪽에 한국 선박 26척을 포함해 2400여 척의 배가 발이 묶여 있다. 통항을 위해 미국과 이란을 개별적으로 모두 설득하기 어려운 데다 해협에 설치된 기뢰를 우리 군이 독자적으로 탐지하고 제거할 수도 없다.
이번 회의를 주도한 영국과 프랑스는 종전 후 호르무즈 해협 기뢰 제거 등을 위한 다국적군 구성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장병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도 해협의 자유로운 통항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다만, 국제 공조 참여가 미국과 거리를 두는 행보로 비치지 않도록 세심한 외교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번 회의에 불참한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한 ‘해협 수혜자 책임’ 원칙에 따라 해협 안전 책임을 다하기 위한 ‘역할 분담’ 노력이라는 점을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형성된 해상 교역 질서의 수혜자인 한국에 항행의 자유는 포기할 수 없는 핵심 가치다. 에너지 공급망 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 연대와 참여는 우리 수출길을 지키는 국익 수호이자 항행의 자유와 해양 안보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책무를 다하는 길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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