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끝날지 예측할 수 없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의 전쟁으로 국제 식량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곡물 파종기인 4월에 들어섰는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비료의 주원료인 요소, 황 공급에 탈이 났기 때문이다. 자급률 95%가 넘는 쌀을 포함해도 전체 곡물 자급률이 20% 수준에 불과한 한국은 농산물 가격 상승의 충격에 취약하다. 전쟁이 빨리 끝나지 않으면 하반기 한국인의 밥상물가에 비상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중동산 요소의 수출 가격은 2월보다 38%, 작년 같은 달보다 172% 급등했다. 그마저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공급이 멈춘 상태다. 한국은 질소비료의 원료인 요소의 38%를 이 해협을 통해 들여온다. 옥수수, 대두 등 사료용 곡물을 생산하는 나라들도 난리다. 비료 부족으로 이들이 농사를 망치면 전 세계 축산물, 유제품과 이를 원료로 하는 가공식품의 가격까지 오르게 된다. 한국 역시 사료용 작물의 95%를 해외에서 수입한다. 기름값 급등으로 전 세계 어선의 조업이 위축돼 수산물 값이 오르는 ‘피시 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주요 비료업체들이 7월 말까지 쓸 원재료와 완제품 재고를 쌓아놓고 있어 국내 공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중동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입 농축수산물을 원래료로 쓰는 식품업체들도 가격 급등에 아우성이다. 정부 눈치를 보느라 당장은 올리지 못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상승 압력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중동 전쟁은 농산물, 축산물, 수산물 값이 동시에 뛰어오르는 ‘애그플레이션(농업+인플레이션)’으로 번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전 세계가 경험한 적 없는 이례적 상황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처하기 위해 최근 영국 런던에 모인 40여 개국 외교장관들이 가장 심각하게 논의한 주제도 식량위기였다. 우리 정부도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식량부족, 식품가격 상승이 내년까지 이어지더라도 버틸 준비를 해야 한다.
전년 대비 20%가량 올라 있는 쌀값 등 밥상 물가, 외식가격에 부담을 주고 있는 국내 요인들부터 철저히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국내 생산으로 대처할 수 없는 농축수산물 수요를 파악하고, 기업들이 해외에서 사전에 물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세 등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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