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시행 후 원청기업 사측이 하청기업 노동자의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노동위원회의 첫 판단이 나왔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 공공기관 4곳이 청소·경비·시설관리를 맡고 있는 하청기업 노조의 ‘실질적 사용자’라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이들 공공기관은 하청 노조의 교섭요구에 반드시 응하게 됐다.
충남지방노동위는 3일 ‘안전관리’, ‘인력배치’에 한해 공공기관 4곳의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공공기관들이 하청기업 노동자의 현장 안전관리, 작업장소 배정 등에 관여했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안전관리’를 교섭 의제로 인정한 노동위 결정이 산업재해 예방의 책임을 원청까지 묻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정면으로 상충한다는 점이다.
법원은 건설현장 등에서 발생한 하청 노동자 중대재해 사고와 관련, 안전관리 체계를 종합적으로 관리·구축할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청 기업 대표에게 실형을 내리는 판결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고 책임을 피하려면 원청 기업은 하청 노동자의 안전 문제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 반면 노란봉투법 상 하청 노동자의 실질적 사용자가 되지 않으려면 안전관리에서 완전히 손을 떼어야 하는 모순적 상황에 놓이게 됐다.
게다가 안전관리 등의 문제로 교섭을 시작하더라도 하청 노조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임금 등 처우개선 문제를 교섭 테이블에 올리는 것이다. 민노총 금속노조는 임금인상 등을 원청에 요구하도록 산하 하청기업 노조들을 독려하고 있다. 임금결정은 원칙적으로 원청이 아닌, 하청기업 회사와 하청 노조가 결정할 사안이라는 고용노동부의 법 해석은 무시되고 있다.
원청 기업은 노동위의 사용자 판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재심을 청구하거나, 행정법원에 소송을 낼 수 있다. 하지만 교섭에 응하지 않고 버티다가 나중에 사용자로 판정될 경우 부당노동 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어 교섭에는 일단 응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사용자가 아니란 법원의 판단이 나와도 그 사이 발생하는 기업이미지 악화와 쟁의로 인한 피해, 법률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정부는 이제라도 노란봉투법과 중대재해법이 충돌하는 문제를 해소할 대책을 마련하고, 원청을 사용자로 판정하는 보다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 사회적 혼란을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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