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판용) 5월 비행기 티켓에 붙는 유류할증료가 역대 최고가를 찍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미국 가는 비행기 값에 붙는 유류할증료가 3월에는 10만 원이었지만 5월엔 편도 기준 50만 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이란 전쟁으로 국제 항공유 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승객들은 유례없는 유류할증료 부담을, 항공사들은 전례 없는 연료비 압박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유류할증료는 전전월 16일부터 전월 15일까지의 평균 싱가포르 현물시장 거래지표(MOPS) 기준 항공유 가격으로 산정된다. 국내 항공사들은 항공유 가격을 1∼33단계로 구분해 매달 중순 다음 달 적용 금액을 공지한다.
항공유 가격이 상승하면 유류할증료도 단계적으로 올라가는 구조다. 갤런당 평균 MOPS 가격이 1.5달러를 넘어서면 1단계가 시작되고, 4.7달러를 넘으면 할증료 최상위 구간인 33단계가 적용된다. 현재 3월 기준 유류할증료는 10단계이며, 4월에는 18단계까지 올랐다.
유가 지표 전문업체 S&P 글로벌 등에 따르면 MOPS의 기준이 되는 아시아 지역 항공유 가격은 27일 기준 갤런당 약 5.33달러를 기록했다. 이 흐름이 내달 15일까지 이어질 경우, 5월 유류할증료는 한국 항공 역사상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33단계에 진입하게 된다. 종전 최고 기록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의 22단계였다.
이 경우 소비자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대한항공 기준 미주 노선의 경우 3월 발권 시 편도 약 10만 원 수준이던 유류할증료는 4월엔 약 30만 원으로 올랐다. 5월에는 편도 50만 원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왕복 기준으로 유류할증료만 100만 원을 넘게 내는 셈이다. 일본 등 단거리 노선도 부담이 커진다. 3월 3만 원도 채 안 되던 유류할증료가 5월엔 일부 구간에서 10만 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
유류할증료는 탑승일이 아니라 발권일 기준으로 부과된다. 예를 들어 5월에 여행을 가는 경우에도 3월에 발권하면 3월 기준 유류할증료가 적용된다. 반대로 한 번 결정된 유류할증료는 해당 월 동안 변하지 않는다. 예컨대 5월에 최고 단계의 유류할증료가 발표된 이후 유가가 떨어진다고 해도, 5월엔 최고 단계의 유류할증료를 내야 한다. 떨어진 유가는 그 다음 달 유류할증료에 반영이 된다.
이에 따라 항공사와 여행사에는 유류할증료가 낮은 3월에 발권을 마치려는 고객 문의가 몰리고 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유류할증료 부담이 급격히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발권을 서두르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반면 유가 하락을 기대하며 발권을 좀 더 지켜보자는 수요도 있다”고 말했다.
유류비는 항공기 운영비의 30%를 차지한다. 33단계부터는 항공유 가격이 더 오르더라도 소비자에게 추가로 전가할 수 없어 항공업계에선 “지옥문이 열렸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에 업계에서는 항공기 운항을 일시 중단하는 ‘셧다운’ 상황까지 올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33단계에 접어들면 승객 수요도 줄어들고, 항공사들은 항공기를 띄울 때마다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며 “일부 저비용항공사(LCC)는 노선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