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에서 복역 중이던 이른바 ‘텔레그램 마약왕’ 박왕열(48·사진)이 25일 국내로 송환된다. 박왕열은 살인 혐의로 필리핀에서 수감된 상태에서도 텔레그램을 통해 매달 300억 원대 마약을 국내에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법무부·외교부·국가정보원·검찰청·경찰청으로 구성된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는 25일 오전 필리핀으로부터 박왕열을 임시 인도받는다고 밝혔다. 임시인도는 외국에서 재판이나 형 집행을 받는 사람을 수사를 위해 일정 기간 넘겨받는 제도다. TF는 박왕열을 상대로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마약을 대량 유통한 혐의를 수사할 방침이다.
박왕열은 국내에서 수산물 유통회사를 운영하다 2010년대 초반 필리핀으로 건너가 카지노와 불법도박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16년 한국인 3명이 사망한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돼 필리핀 경찰에 검거됐다.
박왕열은 2019년 10월 탈옥한 뒤 마약조직을 만들어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을 유통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2020년 10월 필리핀 경찰에 의해 재검거됐고, 필리핀 대법원이 살인 혐의 등을 인정해 장기 60년형이 확정됐다. 박왕열은 재수감된 후에도 휴대전화를 이용해 ‘전세계’라는 닉네임으로 마약조직을 운영하며 국내에 매달 300억 원 규모의 마약을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박왕열에 대해 수사를 해온 경기북부경찰청을 주무관서로 정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경기북부청은 2022년 박왕열과 거래한 것으로 알려진 또 다른 마약조직 총책 최정옥(39)을 검거한 뒤, 박왕열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체포를 시도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에는 박왕열이 필리핀에서 복역 중이어서 신병 확보에 한계가 있었지만, 이번 송환을 계기로 구체적인 마약 유통 혐의를 규명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경기북부청은 2021년 박왕열의 국내 마약 총판인 ‘바티칸 킹덤’을 검거한 경남경찰청의 수사 내용까지 병합해 살펴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왕열은 최정옥, 2022년 베트남에서 검거돼 국내로 강제 송환된 김형렬(52)과 함께 이른바 ‘동남아 3대 마약왕’으로 꼽혀 왔다. 박왕열은 드라마 ‘카지노’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모티브가 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3일 페르디난도 마르코스 주이서 필리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박왕열의 임시인도를 요청했고, 이후 양국 정부 협의 끝에 약 1개월 만에 송환이 성사됐다.
조승연기자 cho@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