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판용) 2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예술산업관. 한파 속에 오후 5시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일가와 삼성 사장단이 나타났다.
고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의 기증품으로 구성된 ‘이건희(KH) 컬렉션’ 첫 해외 순회 전시인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 폐막을 앞두고 이를 기념하는 갈라 디너 참석차 워싱턴을 찾은 것이다. 해외에서 삼성 회장 일가와 사장단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1993년 ‘신경영’을 발표한 삼성의 프랑크푸르트 선언 이후 처음이다.
이날 행사장은 K미술을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다지는 ‘민간 외교의 장’이 됐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등 정재계 인사 25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기 때문이다.
●“韓 문화유산 보존, 삼성 의지 굳건”
이재용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번 전시를 미국 수도인 워싱턴에서 선보일 수 있어 큰 영광”이라며 “이번 행사가 미국과 한국의 국민들이 서로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병철 삼성 창업 회장과 이건희 선대 회장은 한국의 문화유산을 보존해야 한다는 굳건한 의지가 있었다”며 “홍라희 리움 명예관장은 고대 유물부터 근현대 작품까지 컬렉션의 범위를 넓히고 다양화했다”고 강조했다. 삼성가가 대대로 한국 문화유산 보존에 나섰던 것이 이번 컬렉션 개최로 이어진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참석한 6·25전쟁 미국 참전용사 4명에게는 “미국 참전용사의 희생이 없었다면 한국이 지금처럼 번영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감사의 인사를 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삼성 일가와 한국과 미국을 아우르는 정재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한복을 입은 홍 관장은 딸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사위 김재열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 등과 함께 행사장으로 향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아들의 팔짱을 끼고 동행했다.
미국 측에선 러트닉 장관을 비롯해 로리 차베즈더리머 노동장관,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 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이 참석했다. 미국 정계를 대표하는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집권 공화당에선 대표적인 중진이자 삼성전자 공장이 있는 텍사스주의 테드 크루즈,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팀 스콧 상원의원 등이 참석했다. 민주당에선 한국계 최초로 연방 상원의원인 앤디 킴,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 등이 참석했다.
스콧 의원은 “이번 순회전은 지속적인 한미 동맹이 경제적 유대 뿐 아니라 우리 모두를 연결하는 이야기들과 공유된 가치를 토대로 구축됐다는 점을 강하게 상기시켜 준다”고 말했다.킴 의원은 “미국과 한국의 긴밀한 연대는 삼성 같은 기업들의 투자와 양국의 협력 덕분에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다”면서 “전국의 미국인들이 삼성가가 이 곳으로 가져온 소장품을 관람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한미 재계에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웬델 웍스 코닝 회장, 제리 양 야후 공동창업자, 개리 디커슨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 최고경영자(CEO), 누바 아페얀 플래그십 파이오니어링 CEO 등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관세 등을 15%에서 25%로 올리겠다고 밝힌 만큼, 이날 러트닉 장관과 이 회장, 정 회장이 함께 만난 사실만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러트닉 장관은 이날 축사를 통해 한국의 미국 투자에 대한 중요성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시카고, 런던으로 이어지는 이건희 컬렉션
지난해 11월 15일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에서 개막한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은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삼국시대 ‘금동보살삼존입상’, 고려청자 등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국보 7건과 보물 15건이 포함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들이 주를 이뤘다. 아울러 박생광, 이응노, 박수근, 김환기 등 한국근현대미술 24점도 함께 소개됐다.
이건희 컬렉션은 개막 한 달 만에 1만5000명이 찾아 동일 규모 특별전보다 25% 많은 관객이 찾았다. 다음 달 1일 폐막까지 누적 6만5000명이 찾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전시 일정을 마친 뒤 시카고미술관(3월 7일∼7월 5일)과 영국 런던 영국박물관(9월 10일∼2027년 1월 10일)을 순회할 예정이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