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3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고향인 나라현을 방문해 정상회담을 했다. 작년 10월 말 경주 회담에 이은 두 달 반 만의 재회다. 이 대통령은 “어지러운 국제질서 속에 한일 협력은 그 어느 때보다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다카이치 총리도 “올해 일한 관계를 더욱 높은 단계로 발전시키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경제안보와 공급망, 인공지능(AI) 협력은 물론 초국가범죄 공동 대응, 대북 비핵화 공조도 약속했다.
두 정상 간 두번째 만남은 시종 화기애애했다. 사실 반일(反日) 이미지가 강했던 이 대통령과 강경 보수 성향의 정치인 다카이치 총리는 한일 관계를 악화로 몰고 갈 최악의 조합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미중 간 패권 경쟁이 가속화하고 ‘트럼프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한일 협력의 필요성은 그 어떤 갈등 요인도 묻어두게 했다. 그간의 협력이 미국의 영향 아래 한미일 공조의 틀에서였다면 이젠 미국 없이 한일 협력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일본으로선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중일 갈등이 고조된 터라 한국의 지원이 절실하기도 하다.
양국 정상은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한일 간 굵직한 현안에선 여전히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하는 분위기다. 그 대표적 사례가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문제다. 미중 경쟁 속에서 한국으로선 무역다변화를 위해 CPTPP 가입이 필요한데, 일본은 이를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과 연계하고 있다. 과거사 문제도 마찬가지다.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들이 희생된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의 유해 신원 확인 같은 작은 진전을 이뤘지만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소극적 자세는 여전하다.
한일 관계는 오랜 갈등과 화해, 냉각과 교류를 반복해 왔다. 물론 조급하게 서두를 일도 아니고 관계 악화를 막기 위한 관리도 중요하다. 하지만 진전없는 제자리걸음으론 부족하다. 양국 관계에 상호 국민감정은 높은 문턱이다. 반일과 혐한의 정서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적으로 여론을 설득하는 데는 이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가 최상의 조합이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야당 정치인일 때와 국가 지도자일 때는 다른 것 같다”며 진지한 접근 의사를 내보였다. 과감한 상호 양보를 통해 더 큰 진전을 꾀하면서 양국 민심의 공감대를 넓힐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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