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두로 전 대통령 부부 재판은 이들이 법원에 도착하고 약 4시간 뒤인 낮 12시 정각에 시작됐다. 이들은 보안 요원들의 인도를 받으며 족쇄를 찬 채 법정에 들어섰다. 호송 과정에서 차고 있던 수갑은 벗은 상태였다. 또 주황색 죄수복 상의 위에 짙은 남색 반팔 셔츠를 덧입고, 카키색 바지와 주황색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특히 마두로 전 대통령은 주황색 죄수복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얼핏 보면 죄수복이 드러나지 않았다.
마두로 전 대통령은 엷은 미소를 띠며 방청석을 가득 채운 60여 명의 취재진과 시민을 둘러보며 스페인어로 인사를 건네고 “해피 뉴이어”라고 서너 차례 말했다. 이어 판사석 앞 세 번째 줄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던 변호사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날 법원은 마두로 부부를 위한 변호인을 각각 지정하여 배정해 둔 상태였다. 마두로 전 대통령 부부는 각자의 오른쪽에 변호인을 두고 같은 줄에 나란히 앉았다.
●첫 발언부터 “나는 납치된 포로” 주장
재판을 맡은 앨빈 헬러스타인 판사는 “당신이 니콜라스 마두로 모로스가 맞느냐”고 물었다. 피고인 신원을 확인하고 기소 사실을 이해하고 인정하는지를 묻는 ‘기소 인정 여부’ 절차였다.올해 92세의 헬러스타인 판사는 맨해튼 남부연방법원에서만 30년 가까이 근무하며 과거 9·11테러 소송을 담당했다. 그는 미 법무부가 마두로 전 대통령을 미국에 대한 마약 테러 혐의로 처음 기소한 2020년부터 이 사건을 담당해 왔다.
헬러스타인 판사의 질문에 미국으로 잡혀 온 뒤 처음 공개 발언 기회를 얻은 마두로 전 대통령은 체포의 부당함부터 주장했다. 그는 스페인어로 “내 이름은 니콜라스 마두로 모로스이고 베네수엘라 대통령”이라며 “1월 3일부터 납치됐고,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 있는 내 집에서 납치됐다”고 말했다.
그러자 헬러스타인 판사는 “이 모든 것에 대해 논의할 적절한 시기와 장소가 있을 것”이라며 말을 끊고 “지금 이 순간 내가 알고 싶은 건 당신이 니콜라스 마두로 모로스가 맞는지 단 하나뿐”이라고 했다. 마두로 전 대통령은 맞다고 짧게 대답한 뒤 착석했다.
이날 헬러스타인 판사는 마두로 부부에게 제기된 마약 테러, 코카인 수입 공모, 기관총 소지 등의 범죄혐의를 설명하고 피고인의 권리를 고지했다. 기소 내용을 인정하느냐는 판사 질문에 마두로는 “공소장을 (오늘 아침 처음 받아) 제대로 읽어 보지 못했지만 변호사와 판사가 읽어준 요약본을 들었다”며 “나는 무고하며, 기소장의 어떤 내용도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도 “나는 베네수엘라의 영부인이다. 나는 무죄이며 완전히 무고하다”며 기소 내용을 강하게 부인했다.
●마두로 부인 플로레스는 얼굴에 거즈 붙여
이날 마두로 대통령은 다소 지쳐 보이는 부인과 달리 A4 용지와 노란색 메모장에 판사의 설명과 검찰 주장을 열심히 받아 적었다. 법원이 제공한 동시통역 헤드폰을 귀에 댄 채 집중하기도 했다.
심문 도중 마두로가 돌연 판사에게 “질문을 하나 해도 되느냐”고 물어 법정에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판사가 허락하자 그는 “내가 메모를 했는데 이를 (구치소에) 가져가도 되느냐”고 물었다. 그는 재판 도중 때때로 두 손을 기도하듯 모아 턱 밑에 괴거나 의자 팔걸이를 붙잡는 등 초조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플로레스는 이마와 오른쪽 관자놀이에 커다란 거즈를 붙이고 있었다. 3일 미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입은 부상으로 추정된다. 변호인들은 “두 사람 모두 건강 문제로 의료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플로레스의 경우 심각한 골절과 멍듦을 확인하기 위해 X레이 촬영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두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베리 폴락 변호사는 “오늘 보석을 통한 석방을 신청하진 않겠지만 추후 그럴 수도 있다”며 “국가원수로서 면책특권과 군사력을 통한 체포의 합법성에도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폴락 변호사는 과거 위키리스크의 설립자인 줄리언 어산지를 변호했던 인물로, 국제 사건에 연루된 유명 인사를 다수 변호했다.
헬러스타인 판사는 이날 30여 분에 걸친 첫 심리를 끝내며 다음 재판일을 3월 17일로 예고했다.
●베네수엘라 정치범 출신 남성 “죄 대가 치를 것” 설전 해프닝
한편 법정에서 마두로 전 대통령이 방청석에 앉은 베네수엘라 남성과 스페인어로 짧은 설전을 벌이는 해프닝도 있었다.
NYT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정치범 출신의 이 남성은 마두로 전 대통령에게 “당신의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마두로 전 대통령은 “나는 반드시 자유를 쟁취할 것이다. 나는 납치된 대통령, 전쟁포로”라고 응수했다.






